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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도덕적 해이 속 더욱 높아지는 이승엽의 가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0-25 16:16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심란하다. 여러 좋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터졌다.

시즌 중 한화 최진행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LG 정찬헌과 정성훈은 음주 운전으로 시즌 아웃 됐다. 최근엔 kt 포수 장성우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등 야구계 인물들에 대해 늘어놓은 험담을 전 여자친구가 SNS에 올리며 충격을 줬다.

또 삼성 투수 3명은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 혐의에 대한 확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삼성은 비난 여론에 3명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 최고의 무대가 돼야할 한국시리즈가 이상하게 됐다.

올시즌 역대 최다인 736만명의 관중을 모은 프로야구는 자타 공인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다. 선수들은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스타이고 그에 걸맞은 많은 연봉을 받는다. FA가 되면 일반인은 쉽게 만질 수 없는 돈방석에 앉는다. 그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커지지만 선수들의 인식은 그정도까지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다.

이런 한숨이 잦아지면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에 대한 평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95년 데뷔 이후 21년째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는데도 문제하나 없이 바른생활 사나이로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95년 데뷔한 이후 최정상 프로야구 선수로 살아오고 있다. 2003년엔 당시 아시아 한시즌 최다인 56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올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개인 통산 400홈런을 돌파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 인물을 꼽으라면 이승엽이 아닐까.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 앞서 삼성 이승엽이 두산 선수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31.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은 2012년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선 3년 연속 우승에 보탬이 됐다. 2013년 타율 2할5푼6리로 부진에 빠져 은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지난해 간결해진 타격폼으로 변신해 3할-30홈런-100타점을 돌파했다. 올해도 타율 3할3푼2리에 26홈런, 90타점으로 39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성적을 올렸다.

야구만 잘하는게 아니다. 생활에서도 전혀 흠을 찾을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잘하는 선수의 거들먹거림이 없다. 삼성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오는 그다. 홈경기 때 코칭스태프 보다도 일찍 나온다. 그만의 경기 준비 방법을 꾸준히 지킨다. 훈련 때도 동료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는다. 전지훈련 때도 베테랑이라고 훈련량이 줄어들거나 빠지지 않았던 이승엽이다. 신예 구자욱이 받는 훈련을 옆에서 똑같이 받았다.


경기 중에도 이승엽은 선수로서 최선을 다한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갖춘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홈런을 쳐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기뻤을 400홈런 때도 그는 어떤 제스쳐도 없이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경기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올시즌엔 가족이 대구로 내려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인들과 밥을 먹고 당구를 치거나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술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입에 대지도 않는다. 더 오랫동안 재미있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2000안타를 치고 2년 뒤까지만 더 하고 그만둔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삼성 관계자들이 젊은 선수들에게 이승엽을 보고 배워라고 하는 것은 그의 기술적인 게 아니라 생활적인 측면이다.

400홈런 달성으로 구단으로부터 받게된 격려금 5000만원을 모교인 경상중학교에 기부했다. 당초 2000만원이었는데 이승엽이 기부한다고 하자 구단이 5000만원으로 올렸다. 이승엽은 지난 2013년엔 352호 홈런으로 역대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뒤 구단이 준 포상금 2000만원을 모교인 경북고등학교에 기부했었다. 리틀야구에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범적인 선수생활로 그는 교과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양미디어가 펴낸 중학교 교과서인 '진로와 직업' 2015년 개정판에 각계 직업 종사자 17명 중 한명으로 선정돼 그의 인터뷰가 2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이승엽은 교과서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어린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고 했었다.

모든 선수가 이승엽 같다면 어찌보면 특색없는 프로야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프로야구 선수라는 인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만은 다른 야구선수들이 배워야할 점이다. 그것을 인식한다면 팬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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