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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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은 엄청났다. 안방 마님들은 볼카운트 3B에서도 몸쪽 꽉 찬 공을 요구했고,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에릭 해커(NC)는 정확히 그 곳에 던지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양 팀에 9명씩 총 18명의 야수들. 잇따른 호수비로 선발의 짐을 덜어줬다. 그 중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환상적인 수비를 두 차례나 선보이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첫 번째 장면은 5회 나왔다. 1사 후 6번 이종욱이 니퍼트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렸는데, 김재호가 몸을 날리며 낚아 챈 뒤 재빨리 1루로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김재호는 타격 순간, 원 스텝-투 스텝을 밟아 공이 빠져 나갈 곳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이후 1루수 고영민의 가슴 높이로 정확히 송구까지 하는 만점짜리 플레이를 했다. 그러자 안타 한 개를 도둑 맞은 이종욱은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6회에도 김재호는 놀라운 반사 신경을 보였다. 1사 후 김태군이 친 땅볼은 2루 베이스 부근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튀었고, 그 곳에서 성큼 뛰어 오른 김재호가 글러브 끝으로 공을 낚아챈 뒤 1루로 뿌렸다. 여기서도 김재호는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스텝을 밟고 송구를 하는 기 막힌 연결 동작을 선보였다. 올 시즌 강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답게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사실 그는 전날 경기 분위기가 기운 상황에서 다소 아쉬운 실책을 했다. 1-6으로 뒤진 7회 1사 만루에서 모창민의 뜬 공을 뒷걸음치며 잡으려다 놓쳤다. 타구에 워낙 스핀이 많이 걸려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해도 '김재호'이었기에 아쉬웠다. 하지만 하루 만에 완벽한 수비로 명예 회복에 성공했고, 두산도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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