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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다. 포스트시즌에선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한 타자, 한 이닝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의 탄식과 기쁨의 환호성이 터진다. 진 쪽은 사소한 것도 불만이고, 이긴 쪽은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인다. 담당기자가 잠시 이성을 내려놓고 철저히 팬의 눈으로 편파적인 관전평을 썼다. 팬과 공감하는 편파 해설, 용감한 관전평이다. <편집자주>
[용감한 관전평] -두산 편에서
7회 무사 1, 2루 상황. 이호준이 갑자기 번트 모션을 했다. 두산 투수 함덕주는 실투성 공을 던졌다. 이호준의 몸쪽으로 향했다. 배트를 거둬들이려던 이호준의 손에 맞았다. 주심은 사구로 판정했다.
NC의 쓸데없는 도발이다. 두산은 2-5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3차전을 놓치면 매우 불리한 상황이 연출된다. 게다가 이호준의 사구가 인정되면 무사 만루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런데 이호준의 맞은 동작은 찰나의 순간에 이뤄졌다. 당연히 이호준의 손가락에 맞았는지, 배트에 먼저 맞은 뒤 굴절됐는 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 벤치는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NC 벤치였더라도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요청이다. 때문에 NC 김경문 감독이나 이호준 모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NC 응원석의 야유는 그래서 유감이다. 극과 극 장면이 두산 응원석에서 나왔다. 2-10으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환호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최대한 선수들에게 힘을 주려는 몸부림이었다.
또 하나, 걸리는 장면. 8회에 나온 NC 투수 최금강은 민병헌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등을 맞혔다. 승부가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과도한 몸쪽 승부. 글쎄다. 결국 NC는 즉각 투수를 교체했다.
경기로 돌아가 보자. 한마디로 완패다. 인정한다. 구질구질한 변명같지만, 운도 없었다. 2회 민병헌의 호수비는 조명 때문에 2루타로 둔갑했다. 7회 나성범의 빠른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면서 1루수 김현수의 어깨 위로 통과했다. 이 공격이 시발점이 되면서 대량 실점했다.
사실 두산은 준플레오프부터 '불운'한 측면이 많았다.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갔고, 특히 5차전에서는 어이없는 병살타가 많았다. 특히 중전안타성 타구가 마운드에 튄 뒤 더블아웃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두산은 9회 결국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경험은 그냥 쌓이는 게 아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괴력을 발휘하는 힘이 있다.
NC라고 약점이 노출되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위험한 부분은 경험이 부족한 내야 수비다. 박민우는 이날 또 다시 '송구 트라우마'를 확인시켰다. 2회 2사 3루 상황에서 2루수 땅볼을 잡은 뒤 그대로 악송구했다. 1차전에 이어 두 차례 결정적인 악송구다. 또 하나, 3루수 지석훈은 2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최재훈의 빠른 3루수 땅볼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결국 2실점의 빌미가 됐다. 물론 2사 2루 상황에서 민병헌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는 호수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야 수비는 안정감이 기본이다. 이런 불안정성은 결정적인 순간 NC에 '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 두산은 아직까지 NC의 발야구를 효과적으로 잡고 있다. 김종호는 6회 만반의 준비하고 있던 두산 배터리에 '딱' 걸렸다. 도루는 여유있게 아웃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지만, 두산은 아직 모든 힘을 쏟지 않았다. 왼손 파이어볼러 이현호와 왼손 마무리 이현승이 아직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차전 완벽투를 보였던 니퍼트도 있다. 여기에 엄지발가락 미세골절로 3차전에 결장했던 양의지 역시 합류할 공산이 크다. 결국 4차전은 투수전으로 될 수밖에 없다.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NC의 불안한 내야수비와 경험이 부족한 젊은 필승계투조. 두산이 2013년의 기적을 만들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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