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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사장의 야구 공부, 롯데에는 독 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0-20 10:18


16일 오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조원우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에서 이창원 대표이사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6.

프런트의 현장 개입, 프로야구 무대에서 풀기 힘든 난제다. 그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야구에 방해가 된다는 말도 있다. 문제는 구단 고위층의 현장 개입이 롯데 자이언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점이다. 신동인 시대가 저문 롯데에 이창원 시대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롯데는 이종운 감독을 경질하고 조원우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2016 시즌 새출발을 다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구단 내부 논란으로 시끄럽게 한 최하진 사장 대신 이창원 사장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 사장은 롯데 그룹 홍보실장 출신으로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문제는 롯데 그룹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를 거둔 후 이 사장에게 막강한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 선임부터 그렇다. 신동빈 회장이 이 사장에게 감독 선임건에 대한 전권을 맡겼다는 후문. 사실 롯데는 3년 게약을 체결한 이종운 감독과 내년 시즌에도 어떻게든 해보려 했다. 시즌 막판 코칭스태프 선임과 FA 선수 영입 관련 회의까지 단장과 감독이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믿을 수 없는 부진이 이 사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이 사장이 시즌 종료 시점 감독 교체를 주도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수뇌부가 팀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팬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과정들이 좋지 않다. 이 사장은 시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장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프런트 역할도 있어야 한다"며 코치진 선임에 현장 의견 뿐 아니라 프런트 의지가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감독이 원하는 코치가 있으면, 프런트가 원하는 코치들도 있어야 현장 균형이 맞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 말을 듣고 "기가 차는 얘기"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각자 사연이 있는 코치들끼리 편이 갈리고,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

실제 롯데의 새 코칭스태프 선임은 이 기반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조원우 신임 감독은 팀 부임 후 겨우(?) 3명의 코치 영입을 구단에 부탁했다. 물론, 이 3명의 코치가 모두 롯데에 온다는 보장도 없다. 다른 팀에서 활약 중인 3명의 코치 영입 과정이 험난하다. 최근 야구계에는 "롯데가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며 불평이 많다. 코치를 빼가더라도, 예의와 질서가 있는데 롯데 프런트에서 막무가내로 다른 팀 코치를 데려가려 하니 이 팀, 저 팀 심기가 불편하다. 가장 중요한 수석코치는 구단이 3명의 후보를 정해 감독에게 통보했다. 힘 없는 초보 감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 2군 감독도 구단의 의지로 손상대 감독이 유임됐다. 가장 중요한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이 1군 감독의 의지와 상관 없는 인물들이니, 조 감독이 큰 소리를 뻥뻥 낼 수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상황이다.

롯데는 야구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신동인 구단주대행 때문에 팀 운영이 힘들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직설적인 성격의 신 전 구단주대행이 현장 간섭이 커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롯데 그룹 형제의 난 이후 신 전 구단주대행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롯데가 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수뇌부의 현장 개입이 사라질 지에 대한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 사장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그룹의 입을 담당하는 최고 홍보 담당자 역할까지 지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일처리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홍보 전문가답게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젠틀하지만, 일처리 과정은 '조용한 암살자' 이미지를 풍긴다. 구단 사람들도 몰랐던 급작스러운 감독 교체 건, 코치진 전면 경질, 새로운 초보 감독의 2년 단기 계약도 이 사장의 작품이었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이 사장의 프런트 야구가 시작되는 조짐이 보인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부임 후에는 야구를 몰라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동안 야구를 보며 자신이 어떻게 하면 롯데 야구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올해는 이 사장이 현장에 깊숙히 개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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