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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아무리 고민한들 뭐하나 생각했다. 결국 야구는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경기다."
감독들은 단기전 승리를 위해 이것저것 많은 애를 쓴다. 특히, 초보 감독들이 받는 압박감은 더욱 심하다. 가장 중요한 게 타순과 투수 교체 타이밍. 정규시즌에는 아무 생각없이 쭉쭉 써내려가는 타순이 포스트시즌에는 쉽지 않다. '이렇게 해서 여기서 망하면 어쩌지', '오늘은 이 선수가 왠지 칠 것 같은데'라는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감싸고 돈다. 그렇게 단기전 깜짝 타순이 나오는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야구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 밤새 고민해 작성한 타순으로 이기기만 한다면 모든 감독이 며칠 밤이라도 잠을 포기할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 같이 이 선수로 이 타순에 가져다놓으면 못치고, 그래서 다른 선수를 배치하면 또 못친다. 이 선수를 넣을까, 저 선수를 넣을까 마지막까지 고민한 선수가 있다면 꼭 그 선수에서 찬스가 걸리는 게 야구다.
그럴수록 단순해져야 한다. 현장에서 말하는 '에버리지'를 믿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초보 김 감독에게 준플레이오프 경험은 큰 재산이 됐다. 큰 경기일수록 오히려 변칙 없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정공법을 택했다. 그리고 경기 후 '김태형의 용병술이 대적중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감독들이 가장 희열을 느끼는 경기, 김 감독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 희열을 맛봤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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