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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다. 전쟁을 치르기 전부터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우선 28명 엔트리에 이들을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미 특정 선수의 이름이 나돌고 있는 와중에 제대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대 팀이 아닌,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먼저 싸워야 하는 셈이다. 경기장 곳곳에서 야유가 예상된다. 어떤 험악한 장면이 연출될지 가늠이 안 된다. 앞서 몇몇 선수도 약물이나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출전 자체가 힘들었다. 등 돌린 여론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법이다.
반대로 엔트리 제외다. 이는 검찰이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선수들의 원정 도박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래서 이 선택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주축 선수 없이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고꾸라질 수 있다. 말처럼 엔트리 제외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 더, 이번 사태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갖고 있는 의미가 퇴색될까 걱정된다. 삼성이 우승을 해도, NC-두산 중 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정상에 올라도 마찬가지다. 일단 삼성은 결과를 떠나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이미 인터넷 도박으로 홍역을 치른 터라 더욱 그렇다. 선수단 관리 실패. 우승한 사실보다 여기에 더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NC, 두산 중 한 팀이 챔피언 반지를 껴도 예년과는 다른 우승이다. 상대가 100% 전력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야구는 양 팀이 최고의 전력으로 맞붙어 승자와 패자가 갈려야 한다. 그래야 그 승리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올 포스트시즌은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부터 김이 샜다. 벌써부터 플레이오프 승자가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라는 얘기까지 돈다.
이래저래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악의 가을 야구가 펼쳐지게 됐다.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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