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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훈의 두려움없는 정면승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0-14 22:40


넥센 히어로즈 선발 양 훈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5⅓이닝 동안 90개의 피칭을 한 뒤 사흘을 휘고 4차전에 다시 선발로 나왔다. 넥센이 포스트시즌에서 3인 선발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넥센 염경엽 감독이 1차전서 호투한 양 훈을 예상보다 일찍 내린 것은 4차전에 대한 포석도 있었다.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서 넥센 양훈이 두산 정수빈을 2루수 라인드라이브 처리하며 병살을 유도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4.
그러나 사흘 휴식후 등판은 아무래도 힘들다. 닷새를 쉬고 6일째 등판하는 것에 익숙한 국내리그 투수들은 화요일 등판 후 일요일에 나오는 5일 로테이션에서도 구위가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투수라면 근력이 더 좋아 기대해봄직 하지만 국내 투수는 쉽지 않은게 3일 휴식후 등판이다.

모두들 양 훈이 1차전과 같은 호투를 해 줄 것으론 생각하지 않았다. 염 감독이 경기전 "6이닝 정도에 2∼3실점이면 잘던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두산의 방망이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양 훈은 1차전 때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1차전 때 최고 144㎞의 빠른 공을 뿌렸던 양 훈은 4차전에선 구속이 130㎞ 대로 떨어졌다. 가장 빠른 직구가 140㎞였고, 대부분 130㎞ 후반에 머물렀다. 변화구 제구도 좋지 않아 포수의 리드대로 들어가는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양 훈은 그런 떨어진 구위에도 두산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쳤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 두산은 정면으로 붙는 양 훈에게 방망이로 때리고 또 때렸다. 두산 타자들의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았다.

그러나 배트에 잘 맞혔다고 모두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가면서 오히려 넥센에게 분위기를 넘겨줬다.

양 훈은 5회까지 매회 안타를 허용하며 8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2회초 3안타로 2점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후 3,4,5회에 선두타자가 모두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모두 병살로 아웃됐다.

3회초 무사 1루서 3번 민병헌의 잘친 타구가 3루수 김민성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로 연결됐고, 4회초 무사 1,2루서는 로메로의 3루선상 타구가 김민성에게 또 잡혀 병살이 됐다. 로메로가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다면 트리플플레이가 될 뻔했다. 4회말 2-5로 역전당한 뒤 5회초 선두 김재호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1번 정수빈의 잘맞힌 타구가 2루수 서건창의 정면으로 가며 1루 주자마저 아웃돼 찬스가 또 무산. 6회를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끝낸 양 훈은 7회초엔 안타 2개와 실책 등으로 2점을 내주고 손승락과 교체됐지만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6⅓이닝 10안타 4실점(3자책)이 그의 두번째 포스트시즌 선발 피칭의 결과였다.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펼친 것이 투구수 조절에도 도움이 됐다 두산이 자신있게 빠른 승부를 한 결과 10개의 안타를 맞고도 볼넷없이 깔끔한 피칭이 됐다. 교체될 때 양 훈의 투구수는 겨우 85개였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던 피칭. 그러나 구위가 나빠도 겁낼 것 없이 던지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운도 따라왔다. 비록 아쉬운 역전패로 양 훈의 투혼이 빛이 바랬지만 많은 투수들에게 교훈을 안겼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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