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선발 양 훈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5⅓이닝 동안 90개의 피칭을 한 뒤 사흘을 휘고 4차전에 다시 선발로 나왔다. 넥센이 포스트시즌에서 3인 선발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넥센 염경엽 감독이 1차전서 호투한 양 훈을 예상보다 일찍 내린 것은 4차전에 대한 포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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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때 최고 144㎞의 빠른 공을 뿌렸던 양 훈은 4차전에선 구속이 130㎞ 대로 떨어졌다. 가장 빠른 직구가 140㎞였고, 대부분 130㎞ 후반에 머물렀다. 변화구 제구도 좋지 않아 포수의 리드대로 들어가는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양 훈은 그런 떨어진 구위에도 두산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쳤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 두산은 정면으로 붙는 양 훈에게 방망이로 때리고 또 때렸다. 두산 타자들의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았다.
양 훈은 5회까지 매회 안타를 허용하며 8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2회초 3안타로 2점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후 3,4,5회에 선두타자가 모두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모두 병살로 아웃됐다.
3회초 무사 1루서 3번 민병헌의 잘친 타구가 3루수 김민성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로 연결됐고, 4회초 무사 1,2루서는 로메로의 3루선상 타구가 김민성에게 또 잡혀 병살이 됐다. 로메로가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다면 트리플플레이가 될 뻔했다. 4회말 2-5로 역전당한 뒤 5회초 선두 김재호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1번 정수빈의 잘맞힌 타구가 2루수 서건창의 정면으로 가며 1루 주자마저 아웃돼 찬스가 또 무산. 6회를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끝낸 양 훈은 7회초엔 안타 2개와 실책 등으로 2점을 내주고 손승락과 교체됐지만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6⅓이닝 10안타 4실점(3자책)이 그의 두번째 포스트시즌 선발 피칭의 결과였다.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펼친 것이 투구수 조절에도 도움이 됐다 두산이 자신있게 빠른 승부를 한 결과 10개의 안타를 맞고도 볼넷없이 깔끔한 피칭이 됐다. 교체될 때 양 훈의 투구수는 겨우 85개였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던 피칭. 그러나 구위가 나빠도 겁낼 것 없이 던지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운도 따라왔다. 비록 아쉬운 역전패로 양 훈의 투혼이 빛이 바랬지만 많은 투수들에게 교훈을 안겼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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