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타자' 박건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고민끝에 내놓은 노림수다. 그러나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 노림수가 틀린 것일가. 김 감독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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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을 하위타순에 넣고, 잠재력만 높이 평가받던 유망주를 클린업 트리오의 머리에 내세운 김 감독의 시도는 매우 신선하고, 도전적이다. 미시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다. 3번 타순을 부담스러워하던 민병헌은 6번으로 간 이후 2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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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에 관해 단순히 박건우를 비난할 순 없다. 또 김 감독의 시도를 '틀렸다'고 단정지어서도 안된다. 우선 박건우는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당연히 긴장되고 떨릴 것이다. 단순히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텐데, 타선의 핵심인 3번타자로 선발 출전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다. '편하게 하라'거나 '프로 선수라면 이런 기회를 악바리처럼 잡아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박건우라고 그런 다짐을 안했을까.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가 이런 큰 경기에서 오는 부담감을 쉽게 털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2차 2번으로 입단한 박건우는 허경민(2차 1번), 정수빈(2차 5번) 등과 동기다. 잠재력은 동기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허경민이나 정수빈보다 체격 조건과 파워는 더 좋다. 그러나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2009시즌 5경기에 나선 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해결하고 2013년 다시 팀에 복귀했다. 그해 34경기(타율 2할7푼1리)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47경기(타율 1할8푼)만 치렀다.
올해는 그나마 김 감독이 준 기회를 잘 살려 본연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70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1차전 대타 끝내기 안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분명히 자질로만 따진다면 박건우는 3번 타순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타자다. 특히나 김 감독은 박건우가 입단할 때 두산 코치였다. 그때부터 지켜본 시간이 적지 않다. 즉흥적으로 박건우를 3번에 넣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담겨있다. 그 결단은 인정할 만 하다.
문제는 과연 박건우가 언제쯤 제 실력을 보여줄 것인가다. 김 감독도 분명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건우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 됐든 벤치와 선수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이는 당장 준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포스트시즌, 나아가서는 두산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건우는 분명 그런 고민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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