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일부러 화장실에 가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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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회말에 일찌감치 합의판정 기회를 썼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현수가 1회말 1사 1루에서 윤석민이 친 공을 펜스에 부딪히며 잡는 듯 했다가 놓쳤다. 심판진은 완전한 포구 이후 연속 동작에서 떨어트린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을 잡았다고 생각한 김현수는 애매한 손짓을 했다. 그리고 여기서 두산이 합의판정을 신청했다. 성공했다만, 기회가 한 번 더 남았겠지만 실패였다. 못잡았다는 원심이 인정됐다. 결국 이로 인해 9회에 나온 오재일의 사구는 번복되지 않았다. 합의판정 기회가 있었다면 사구로 판정이 바뀔 수 있었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경기 초반에는 아꼈다가 나중에 쓰고 싶다. 하지만 선수가 워낙 확신에 차 있어서 원한다면 웬만하면 들어준다"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서도 그래서 1회에 합의판정을 신청했다는 것. 하지만 선수의 요청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줄 수도 없다. 합의판정은 승부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다. 아껴서 최적의 타이밍에 써야 한다.
그래서 감독에게는 선수가 원하는 합의 판정을 어느 선까지 들어주느냐에 관한 고민도 있다. 김 감독은 "경기를 하다보면 별 상황이 아닌데도 도루 등의 개인 기록 때문에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초반에 4~5점 이상 앞선 2사 후에 도루를 시도했다가 합의 판정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안해주고 싶기도 하다. 차라리 외면하고 화장실에 가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개인보다 팀 전체를 챙겨 이끌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은 그런 김 감독이 택한 피난처였던 것이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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