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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매치가을에는 왜 공격적이어야 하나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10-12 09:28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대2로 승리한 후 두산 이현승이 양의지와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1.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초구 공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령탑이다. '초구 베어스'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간혹 선수들을 괴롭히지만, "그래도 타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도 "큰 경기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 벤치에서 평소보다 적극적인 작전이 걸릴 수는 있으나 타자는 노리는 공이 들어 오면 무조건 자신 있게 휘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투수 조장 이현승도 "단기전은 들이대는 팀이 이긴다. 가끔은 무리하는 플레이도 펼쳐야 한다"며 "선수들이 얼어 붙는 순간 끝이다"고 말했다.

이는 넥센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염경엽 감독은 "과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나온 박헌도의 다이빙 캐치도 2아웃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며 "감독 입장에서는 시리즈 전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실책 하면 진다'는 말도 아끼게 된다. 그런 얘기를 하면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령탑의 의도와 달리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과감했고, 넥센은 너무 신중했다. 대표적인 장면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2-3으로 뒤지던 8회초 넥센의 공격. 넥센은 1사 2,3루 찬스에서 이택근이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함덕주. 갑작스러운 비로 33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날씨가 쌀쌀했던 탓인지 함덕주의 '영점'은 잡히지 않았다. 순식간에 볼카운트는 3B.여기서 이택근은 공 2개를 지켜봤다. 143㎞ 직구, 144㎞ 직구. 어린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은 사실상 직구 뿐이었다.

이택근은 풀카운트가 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6구 직구에 파울 타구를 날렸고, 7구 높은 직구에도 방망이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유격수 플라이. 넥센 벤치에서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이택근이라면 4,5구 중 하나를 노려 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너무나 신중했던 캡틴. 염경염 감독도 경기 후 "다음 타자가 박병호다. 두산 배터리가 무조건 승부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택근이가 3B에서 쳤어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선수들이 너무 잘하려고 한다. 넥센다운 야구, 좀 더 과감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두산 선수들은 '들이댔다'. 이택근이 범타로 물러나고 2사 2,3루에서 등판한 이현승이 그렇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며 끝내 고의4구를 택했지만 이현승과 포수 양의지는 애초 승부를 택했다. 김태형 감독은 "박병호를 거르면 2사 만루에서 유한준이다. 만루가 되면 또 상황이 복잡해 지니 박병호와 승부할지 여부를 투수에게 맡겼다"고 했다. 타자에게 자신 있으면 평소대로 볼배합을 하면 되고 부담스러우면 극단적인 바깥쪽 승부 등으로 피해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현승과 양의지가 택한 초구는 몸쪽 직구였다. 이현승이 평소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종과 코스. 즉, 승부였다. 하지만 1,2구 145㎞ 직구가 모두 볼 판정을 받았고 그 때부터는 굳이 승부할 필요가 없었다. 양의지는 3B에서 피치아웃을 요구해 1루를 채웠다.

8회 나온 이 두 가지 장면은 두산이 2연승을 한 이유를 말해준다.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두산과 역시 1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무릎을 꿇은 넥센 선수들의 분위기가 정반대인 것이다. 넥센 선수들은 부담감이 상당해 보인다. 날씨, 심판 판정 등 경기가 외부 변수에 의해 꼬이면서 몸이 경직됐다. 반면 두산은 대부분의 타자가 3B에서도 방망이를 휘두를만큼 페넌트레이스보다 더 적극적이다. 1번 정수빈은 "즐긴다"는 표현을 썼다.


벼랑 끝에 몰린 넥센도 홈에서 열린 3차전부터는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산에 당한 리버스 스윕을 되갚아주기 위해서라도 두 어깨 위의 돌덩이들부터 치워야 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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