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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PS포인트-F(수비)]
이유가 있었다. 상대팀 SK 타자들 중에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자가 없었다. 결국, 장타력이 있는 타자가 나올 때 외야 수비 위치를 약간 뒤로 이동시키는 기본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10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달랐다. 2회 오재일이 타석에 들어서자, 넥센 수비진은 곧바로 반응했다.
내야부터 외야까지 일제히 오른쪽으로 쏠렸다. 좌타자 오재일의 질 좋은 당겨치는 타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장타력이 있는 오재일은 컨디션이 좋을 때 우측으로 넘어가는 타구가 유독 많았다. 결국 오재일은 2루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5회 넥센은 또 다시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그런데 초구, 오재일은 3루수 방면으로 푸시 번트를 댔다. 허를 찔린 넥센 수비였다. 투수 양 훈이 따라가 봤지만, 타구를 잡지 못했다. 3루수 김민성은 2루와 3루 1/3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재일이 번트에 능한 선수는 아니다. 시즌 희생타구가 단 1개밖에 없을 정도다.
그러나, 오재일이 번트를 댄 이유는 명확했다. 오른쪽으로 극단적으로 쏠린 수비 시프트를 역이용, 3루 측으로만 타구를 굴리면 1루에서 살 수 있다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플레이는 충분히 칭찬할 수 있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철저한 준비와 기량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선수 스스로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부분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졌다. 넥센 선발 양 훈은 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포스트 시즌 경험이 부족했지만, 눈부신 피칭을 했다. 오재일의 갑작스러운 번트 안타는 마운드의 양 훈을 충분히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넥센의 야심찬 수비 시프트의 약점을 그대로 찌르는 흐름의 반전도 가져올 수 있었다. 오재일의 번트 안타는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후속타자 김재호의 병살타로 두산의 공격은 마감됐다. 하지만 나름의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였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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