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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은범의 '쓴웃음' 교육리그에서 지워질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10-05 09:51


웃는 얼굴은 본인 뿐만 아니라 상대의 기분도 좋게 만든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비웃음이나 자조적인 웃음도 있다. 이렇게 웃는 얼굴은 보는 건 불편하다. 건강하지 못한 웃음이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송은범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un.com / 2015.10.02.
올해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송은범은 마운드 위에서 자주 웃었다. 어려운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낸 뒤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자신감 어린 미소가 나올 때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씁쓸하고, 허탈한 감정이 실린 쓴웃음이었다. 입꼬리만 살짝 말려 올라간 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송은범의 이런 쓴웃음에는 '자조'가 담겨있었다. 주위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성적. 그리고 자꾸만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는 자신의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씁쓸한 미소를 팬들은 '썩소(썩은 미소)'라고 불렀다.

올시즌 매우 부진했다. FA로 한화에 입단한 첫 시즌이었던 올해 33경기에 나온 송은범은 2승9패 4세이브1홀드에 평균자책점 7.04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12월 4년간 총액 34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4억5000만원, 옵션 4억원)의 조건에 계약한 선수치고는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올해 걸려있던 옵션은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송은범의 부진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됐다. 2012시즌(20경기 8승3패 평균자책점 4.15) 후반부터 부상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어 2013년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이후부터는 계속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3시즌 4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35(1승7패 5세이브6홀드)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27경기에 나와 4승8패 평균자책점 7.32를 찍었다. 3년 연속 '7점대 평균자책점'에서 허덕였다.

그런데 송은범의 이런 부진은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꽤 불가사의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높다. 심지어 구위까지 좋다. 지금도 150㎞ 언저리의 강속구를 펑펑 던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결정적으로 얻어맞는다. 어쩌면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송은범은 스스로를 비웃고 있을 수도 있다. KIA 소속이던 2014년 초반, 당시 선동열 감독은 송은범에 대해 "프로 초년병 때 많이 놀았다던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더라. 스프링캠프에서도 남들 이상의 땀을 흘렸다"고 평가하며 선발로서 잘 해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늘 얻어맞았다. 한화에 와서도 송은범은 열심히 훈련했다. 특히 자신을 성공의 길로 인도한 김성근 감독을 만나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프로선수는 누구나 승부욕이 강하다. 부진한 성적을 좋아할 이는 없다. 더구나 남들 위에 서 본 선수라면 밑바닥에서 헤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송은범도 마찬가지다. 그의 씁쓸한 미소 뒤에는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겨있다.

송은범은 4일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떠났다. 신진급 선수들, 막 군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주로 가는 곳이다. FA 베테랑이 갈 곳은 아니다. 그런데도 갔다. 김 감독이 보기에 더 많은 노력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송은범 역시 순순히 따랐다. 이런 기회라도 잘 살려 스스로의 떨어진 명예를 다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과연 송은범의 얼굴에서 쓴웃음은 사라질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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