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5위 실패 KIA, 외국인 투수 제대로 뽑아라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0-05 06:00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2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 스틴슨이 1회를 채우지 못하고 1회 0.2이닝 투구하며 5실점 했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스틴슨.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9.15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는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팀 우승 결정을 이끌었다. 피말리는 1위 경쟁에 마침표를 찍은 역투였다. 4주 만에 등판한 피가로는 변함없이 강력했다.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도 지난 2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했다. 비록 팀은 패했으나 이름값에 걸맞는 투구로 포스트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다수 KBO리그 팀의 1~2선발은 외국인 투수 차지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에 국내 투수가 뒷받침 될 때 마운드 안정이 가능하다. 삼성에는 피가로, NC 다이노스에는 에릭 해커, 넥센 히어로즈에는 앤디 밴헤켄이 있다. 투수 2명이 꿋꿋하게 버텨준 팀은 드물어도, 1명 정도는 에이스나 1~2선발에 해당되는 역할을 해줬다. 연승을 이어주고, 연패를 끊어주는 에이스의 묵직한 존재감. 모든 구단이 첫 번째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면서 기대하는 바다.

그런데 피말리는 5위 싸움을 할 때 KIA 타이거즈에는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발 요원 조쉬 스틴슨, 중간계투 에반 믹 모두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가동을 멈췄거나 부진했다. 가장 필요한 시기, 힘이 돼 줘야할 시점에서 그들은 침묵했다. KIA가 '와일드 카드'를 따내 포스트 시즌에 나갔다고 해도 이들을 활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원투 펀치' 역할을 해 온 스틴슨은 지난 9월 15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2주 넘게 자취를 감췄다. 한화전에서 ⅔이닝 5실점하고 강판된 스틴슨은 어깨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으나 어깨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타이거즈는 악전고투를 했다. 지난 3일 두산전에 1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스틴슨은 1⅔이닝 3실점하고 강판됐다.


2015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선수들이 두산을 상대로 0대9로 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를 마친 KIA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열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0.04/
31경기에 나서 11승10패, 평균자책점 4.93. 시즌 전체 기록을 보면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큰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줬다. 그런데 후반기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부진이 깊어졌다. 8월 이후 10경기에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6.89. 이 기간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게 2번 뿐이다.

필립 험버의 대체 투수로 7월 중순 합류한 에반 믹 또한 기대에 못 미쳤다. 데뷔전이었던 7월 23일 삼성전에서 1이닝 탈삼진 2개 무실점을 기록한 에반은 이후 4경기에서 3승1홀드를 거두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선발로 한 차례 나서기도 했는데 지난 8월 이후 크게 흔들렸다. 어깨 통증으로 8월말부터 9월 중순까지 20일 넘게 던지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LG 트윈스전에서 1⅓이닝 3실점한 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불펜의 '맏형' 최영필이 오른쪽 손목 골절로 시즌을 마감한 상황이었다.

16경기에서 4승4홀드, 평균자책점 4.44. 후반기에 합류한 선수가 어깨 통증이 나타났다면, 내구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계투전문 투수를 영입해 선발로 돌리는 등 보직에 혼란을 준 점도 아쉬웠다.

스틴슨도 조기 퇴출된 험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퍼펙트 게임으로 주목을 받았던 필립 험버는 3승3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하고 퇴출됐다. 전반기 등판 경기가 12게임에 그쳤다. 1군 등판이 어려운 상태인데도 대안을 찾지 못해 질질 끌다가 전반기 종료와 함께 퇴출을 결정했다.


201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20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KIA 에반이 7회 등판했지만 난조를 보이며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자 이대진 코치가 올라가 진정시키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9.20/

스틴슨과 에반은 지난해 윤석민과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함께 뛰었다고 한다. 입단 때부터 인연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혹시 KIA의 외국인 선수 영입풀이 제한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올해 외국인 투수만 떼놓고 보면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이다.

올시즌 KIA는 결정적인 시기에 외국인 투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어디까지나 올해는 준비를 위한 시즌이었다. KIA가 내년에 가을야구를 하려면 외국인 투수부터 제대로 뽑아야 하다. 스카우트팀의 안목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한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팬들은 이제 가능성을 보여주는 KIA가 아니라 명가다운 타이거즈를 원한다. 출발점은 제대로 된 외국인 투수 영입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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