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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 타자가 KBO리그에 다시 등장한 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올해도 외국인 타자들이 리그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상대 투수를 쩔쩔매게 하는 '빅3'. 그런데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30)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우규민은 이들 리그 최고의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올해 이들 셋의 우규민 상대 성적을 보자.
최근 필에게 사이드암 투수에 대한 어려움을 물었더니 "그래도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다. 올해 SK 와이번스 박종훈의 공을 잘 쳤다"고 했다. 실제로 필은 박종훈을 맞아 10타수 4안타를 쳤다. 하지만 아직 우규민 대처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지난 시즌 3타수 무안타를 포함하면 2년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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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도 지난해 3타수 무안타, 2년간 7타수 무안타다.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나바로가 안타(9타수 3안타)를 쳤는데, 올해는 침묵모드다. '빅3' 외에 SK 와이번스 앤드류 브라운가 6타수 무안타, 넥센 히어로즈 브래드 스나이더가 1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왜 이렇게 우규민 앞에서 무기력했던 걸까.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들에게 사이드암, 언더핸드스로는 낯설다. 이전에 상대해보지 못한 유형의 투구 스타일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아마 한국에 와서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처음 상대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만 있었다면 평생 한 번도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KBO리그에서 빈번하게 만나는 것도 아니다. 생소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타자인 필은 우규민이 던지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변화구에 속수무책이다. 우규민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직구 최고 구속은 잘해야 140km 초반. 뛰어난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의 배트를 끌어낸다. 137⅔이닝을 던지면서 내준 볼넷이 17개뿐이다.
차명석 LG 수석코치는 "유희관이 코너에 강한 제구력 투수라면, 우규민은 낮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선수다. 상대 타자가 방망이를 내밀 수밖에 없는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볼을 던질 줄 안다"고 했다.
테임즈와 나바로, 필 모두 홈런타자, 중장거리 타자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많다. 우규민의 스트라이크같은 볼에 쉽게 말려드는 것이다. 제구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든 외국인 선수가 '빅3'와 같지는 않다. 롯데 자이언츠 짐 아두치(30)는 5타수 3안타(1홈런), kt 댄 블랙은 5타수 2안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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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우규민이지만 자신을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라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투수"라고 했다. 그는 제구력이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고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규민은 "야구를 시작하기 전 부터 무엇을 던져서 맞히는 놀이를 좋아했다. 지는 걸 싫어해 경쟁을 하면 이길 때가 많았다"고 했다.
우규민은 22일 KIA전까지 9승9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재활훈련으로 지난 5월 늦게 시즌을 시작해 견실한 활약을 이어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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