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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31)는 올해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kt 위즈의 중심 선수로 도약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LG 트윈스에서 만년 유망주였다. 친정 LG는 박경수를 키우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했지만 '가능성'은 좀처럼 폭발하지 않았다. LG는 10년 이상 함께 했던 박경수와 이별했다. 박경수는 지금의 kt와 FA 계약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경수는 "올해 잘 된 이유는 심리적으로 편안했기 때문이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도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게 많다. 나름의 대처 요령을 찾았다. 컨디션이 나쁜데도 안타 또는 홈런이 나오면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럼 박경수가 지난해말 LG와 재계약했다면 2015시즌은 어땠을까.
또 박경수는 "잠실구장(LG 홈)과 수원구장(kt 홈)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만약 LG에 있었다면 스윙에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조범현 감독님도 나에게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셨다. 모든게 잘 맞아 떨어져서 지금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수원구장은 잠실구장 보다 크기가 적어 홈런 가능성이 높다. 수원구장이 타자들에게 더 유리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박경수의 경기력을 보면서 성남고 시절 박경수 얘기를 참 많이 한다. 고교생 박경수는 공수에서 탈 고교급 선수로 평가받았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LG는 박경수와 2003년 4억3000만원(당시 야수 최고 계약금)에 입단 계약했다.
그는 "지금 프로에서 고등학교 때 그 만큼 못했던 선수는 거의 없다. 내가 유독 주목을 많이 받았을 뿐이었다"고 했다.
"LG 떠나서 잘 된 거는 솔직히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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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에게 "친정 LG는 어떤 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LG는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한 팀이다. 나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많은 감독님과 코치님을 만났다. LG에서 다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했다. 1군에 오래 있었고 기회도 많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지금 내가 좋아진 것이다"고 말했다.
"탈 LG 효과란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박경수는 "LG를 떠나서 잘 된 거는 솔직히 아닌 거 같다. 구장 차이를 일단 인정해야 한다. LG는 환경이 좋고, 최고 인기 팀이다. 결과만 보면 LG를 떠나서 잘 됐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있다. 잘 된 선수들 보면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들이다. LG에서 빛을 못 본게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LG와 kt의 선수단 분위기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했다. "LG는 전통있고 인기가 많은 팀이다. 또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다. 반면 kt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다. 솔직히 올해는 첫 시즌이라 좀 못해도 봐주는 게 있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다."
박경수는 올해 보다 내년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팬들의 기대치가 적어서 주목받은 것이다. 내년에 기대치가 커질 것이다. 더 잘해서 안정적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겨울에 준비를 잘 하면 내년에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오는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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