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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 못하는 한화, 따라가지 못하는 KIA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04 10:09


미련이 남아 냉정히 돌아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오래된 연인. 최근 3주가 넘게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관계같다. 대중가요에 나오는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라는 가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한화와 KIA 모두 서로 많은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5위 싸움의 주도권을 휘어잡아 치고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막판 한 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5위 전쟁'이 펼쳐지게 된 원인이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수들이 넥센을 상대로 7대 12로 패한후 관중들을 향해 답례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3/
한화와 KIA는 3일 현재 각각 5위(58승63패)와 6위(57승62패)를 기록 중이다. 똑같이 '승률 5할'에서 5승이 부족하다. 당연히 두 팀의 승차는 제로. 그러나 승률로 따져 보면 4할7푼9리3모인 한화가 4할7푼8리9모인 KIA보다 4모(0.0004) 앞서 있다. 그래서 공식 순위로 따졌을 때 한화가 5위인 것. 작은 차이지만, 이게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하나뿐인 5위 자리를 두고 한화와 KIA가 이처럼 '끈질긴 인연(또는 악연)'으로 엮이게 된 시점은 지난 8월12일부터다. 당시 KIA가 2연승을 거두며 SK 와이번스를 밀어내고 6위 자리를 차지하면서부터다. 이때의 성적이 50승51패로 승률 5할에서 1승 부족했다. 이날 이후로 3주간 KIA는 6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채 뒷심을 보여줬다. 이때 한화는 12일 수원 kt전에서 승리하며 4연승을 달성했다. 성적은 53승50패. 그래서 KIA에 2경기 차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때 기록한 '2경기' 차이가 두 팀이 가장 멀리 떨어진 거리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선수들이 5대4 한점차 승리를 확정지은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청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02/
이때부터 두 팀은 최대 2경기 차에서 최소 0경기차까지 벌어졌다 좁혀졌다를 반복하며 굳건하게 '5~6위 전선'을 구축했다. 어떤 면에서는 꼭 연인 사이의 '밀당'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런 관계 속에서 먼저 치고 달아날 기회는 KIA에 있었다. 한화가 12일 승리 이후 시즌 최다인 7연패의 늪에 빠져버렸기 때문. 20일 대전 kt전까지 속수무책으로 졌다. 그러면서 한화는 5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같은 기간에 KIA는 4승2패로 상당히 선전했다. 그런데 이후가 문제였다. KIA가 갑자기 흔들려버렸다. 26일 인천 SK전을 시작으로 6연패에 빠지면서 아래로 떨어져 나갈 듯 했던 한화에 오히려 구원의 밧줄을 내려주는 역할을 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역으로 한화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 1일 청주구장에서 KIA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다시 KIA를 1경기 차로 밀어냈다. 그런데 이게 오래가지 못했다. 한화는 다음날 KIA에 패하면서 다시 여유를 잃었고, 3일 넥센전에서도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상승세의 맥이 끊겼다. 흥미로운 건 KIA 역시 3일 롯데전에서 패했다는 것. 승차가 없는 상황이라면 한 팀이 졌을 때야말로 달아날 절호의 찬스다. 이때 이기고 연승을 몇 차례만 쌓는다면 '5위 전쟁'은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화와 KIA 모두 그럴 힘이 없다.

결국 이 끈질긴 '밀당'은 시즌 종료 직전까지도 이어질 듯 하다. 어쩌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연승' 혹은 '연패'다. 3~4경기를 연거푸 따내는 팀은 웃을 수 있고, 반대로 또 다시 4~5연패에 빠진다면 치명적이다. 과연 어떤 팀이 더 뒷심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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