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기 넘게 선전하던 한화가 추락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8월, 그것도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다툼에서 밀리고 있다. 5위 KIA에 1.5게임차 뒤진 6위다. 한화가 마지막 생명줄을 부여잡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가능성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로저스 영입이 없었다면 추락의 정도는 훨씬 심했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평가는 늘 극과 극을 달린다. 한화팬들에게 김성근 감독은 죽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준 은인이다. 가마솥 더위에도 아기를 끌어안고 대전구장을 찾는 아줌마 팬, 아들과 손을 잡고 경기 시작 2시간전부터 땡볕에서 연신 부채를 부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짓는 아저씨 팬. 하지만 한화의 패배가 거듭되면서 온라인엔 김성근 감독을 비난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큰 점수차에도 권혁을 올리며 '믿을 투수가 없다'고 말하는 노 감독에게 많은 이들은 '선수 혹사'라고 외친다. 힘들수록 더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훈련스타일도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김성근 야구는 '가불 야구(미리 전력을 당겨써, 나중에는 부상과 부진에 빠진다는 의미)', '메뚜기 야구(가용전력을 모두 써버린 나머지 김 감독이 떠나면 황무지만 남아 향후 몇년간 부진에 빠진다는 뜻)'라는 비난도 불사한다.
타 감독들이 보는 김성근 야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선배의 스타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 누구도 '본받고 싶은 야구'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다만 무시하는 이는 없다. 김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로 일정부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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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같은 행위에 대해 다른 평가를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잣대는 성적이다. 김경문 NC감독은 최근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일본 좌투수 이와세를 맞아 좌타자 김현수를 타석에 내보낸 것을 떠올리며 "김현수가 쳤기에 감독의 묘수가 됐지, 범타로 물러났으면 상식을 깬 선수기용에 대한 욕이 돌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NC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하위권 팀 감독이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 아마 '한가한 소리하고 있다'는 반응이 금방 나왔을 것이다. 팀이 이지경인데 사령탑이 선수 탓만 한다는 비난은 덤이다.
최근 한화 외국인투수 로저스는 배팅게이지에서 직접 방망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타격실력을 뽐냈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 응원단장처럼 동료들을 격려하고 분위기를 돋우는 로저스여서 그리 놀랍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직전 소속팀인 뉴욕양키스에서도 이같은 일탈 행동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로저스는 스스로 생각해도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에 모든 행동에 자신감이 실리는 것이다. 김 감독도 '로저스가 선을 넘진 않는다'며 묵인하는 분위기다. 퇴출된 한화 외국인타자 모건은 T세리머니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야구 못하는 모건의 세리머니는 팀내에서 '정신나간 짓'으로 치부됐다. 별스럽기로 따지면 로저스가 한 수 위인데 한화 식구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성적은 평가를 바꾸는 프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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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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