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치열한 리그 막판, 더 명확한 판정이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8-21 06:46


"우리한테 정말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A팀의 한 코칭스태프가 하소연을 늘어놨다. 요는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팀에 불리한 볼판정이 종종 나온다는 것. 해당 팀의 투수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음에도 볼로 판정을 받고, 반대로 상대팀 투수의 공은 존 바깥으로 나간 듯 해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는 것. 특정팀이 유독 좋은 볼판정을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이런 종류의 불만은 어떤 팀이든 갖고 있다. 특히나 결정적인 순간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볼판정으로 경기 흐름이 뒤집히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볼판정은 구심의 고유권한인데다 합의 판정을 요청할 수도 없다. 심판들이 "내 기준의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났다"고 하면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어진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판정이 있더라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또 상대팀에도 그런 판정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기만 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무엇보다 심판의 권위는 확실히 지켜져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석연치 않은 볼판정이 나와도 대부분의 경우에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는다. 그런 면까지 어필을 하게되면 경기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지난 6월12일 대전 한화-LG전 3회말 한화 공격 2사 1, 2루 때 김태완이 삼진을 당한 공. LG 포수 조윤준이 김태완의 정강이 부근에서 잡은 이 공을 문승훈 심판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의 판정은 절대적이었다. 사진캡쳐=SBS스포츠
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종종 객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장면에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야구팬까지 흥분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LG 트윈스전 3회말에 나온 문승훈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 때 한화 김성근 감독은 득달같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를 했다.

평소 김 감독은 볼판정에 관해서는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화를 참지 못했다. 3-5로 뒤진 3회말 한화 공격. 2사 1, 2루 볼카운트 2S에서 LG 투수 임정우가 던진 변화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됐기 때문. LG 포수 조윤준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거의 바닥에서 잡았다. 한화 타자 김태완의 발목 정강이 부근이었다. 낮아도 너무 낮았지만, 문승훈 구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김 감독은 그 순간 분노를 터트리며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고, 이후 공수 교대 때 약 3분간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떨어지면서 스트라이크존 공간을 통과했다"는 게 문 심판의 해명이었다. 그걸로 끝이었고, 한화는 7대10으로 졌다.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2-4로 뒤지던 한화의 7회초 수비. 2사 1루에서 한화 투수 배영수가 kt 장성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를 던졌다. 우타자 장성우의 몸쪽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른 141㎞짜리 직구. 포수 조인성은 이 공을 잡은 뒤 한 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정확히 안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는 무언의 표시. 그러나 김익수 구심의 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존 바깥으로 벗어난 볼이라는 판정.

그 순간 조인성과 배영수가 흥분했다. 조인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으로 걸어나갔고, 배영수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화를 냈다. 이들은 베테랑이다. 배영수는 프로 16년차, 조인성은 프로 18년차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왠만한 일에 대해서는 잘 흥분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이렇게 흥분했다는 건 볼 판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회심을 일구였고, 그만큼 뜻한 코스로 들어갔음에도 심판을 받지 못하자 두 베테랑의 인내심은 폭발했다.


문제는 이 판정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데 있다. 사실 김익수 심판이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기준으로 이 공을 볼이라고 판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명의 베테랑 선수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이었고, 이는 한화 배터리를 완전히 자극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닝이 끝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kt의 공격 기회는 심판 덕분에 살아남았다. 이후 배영수는 장성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교체됐다. 그리고 결국 kt는 7회에 3점을 내며 승기를 거머쥐었다. 결과적으로 경기를 '조율'해야 할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 셈이다. 심판진의 조금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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