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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창 미라클 단장, 멋쟁이 야구인을 보고싶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8-07 09:25


연천 미라클 구단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우수창 단장. 우 단장은 "독립구단에 야구인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겟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연천 미라클

척박한 풍토에서 독립야구단은 생존이 가능할까. 또 제2의 독립구단이 탄생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출범한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이 착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프로 팀에서 방출된 선수, 프로 진출을 열망하는 이들이 팀을 구성해 5개월을 달려왔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명의 선수가 프로 팀에 합류해 공식 입단을 위한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다.

연천베이스볼파크를 연고지로 한 연천 미라클은 연천군의 지원금, 선수들이 내는 회비(월 70만원)로 운영되고 있다. 연간 3~4억원으로 야구단 운영이 가능한 '저비용 모델'을 제시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프로 팀에서 방출되면 야구를 그만둬야하는 현실에서 독립구단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출범 초기에 비해 많이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이런 와중에 독립리그 창설을 위해 제2의 독립구단 창단을 구상하고 있다. 우수창 연천 미라클 단장은 "야구계의 좀 더 많은 관심이 아쉽다"고 했다.

야구장 시설전문업체 대표로 있던 우 단장은 넥센 히어로즈 2군(현 화성 히어로즈)이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강진베이스볼파크를 설립해 운영했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와 올해 개장한 수원 kt위즈파크 펜스도 시공했다. 강진베이스볼파크가 자금난으로 도산한 후 연천베이스볼파크 조성에 참여했고, 오랫동안 구상했던 독립구단의 단장 직함을 갖게 됐다.

우 단장은 "일본에 야구 낙오자들을 위한 독립리그가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야구 실업자 문제가 심각하다. 야구만 하다가 세상에 내던져진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한국야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프로야구의 위상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선수 대우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선수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고, 수십억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흔해졌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선수에게나 주어진다. 프로야구가 탄생한 후 실업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프로 진출에 실패한 야구 실업자가 양상됐다. 야구 선수 출신을 위한 안전망이 전무한 게 현실이다.

매년 400~500명의 야구 실업자가 대책없이 나온다. 한국야구의 정점에 있는 KBO리그 전체로 봐도 건강하지 못한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야구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독립구단이 일정 부분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


고양 다이노스와 경기 모습. 사진제공=연천 미라클

우 단장과 독립리그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시게 히로미치 전 다이에 호크스 감독이 미국 독립리그를 보고 2004~2005년에 일본 독립리그 시코쿠리그를 만들었다. 일본인 친구 소개로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한 선수를 데리고 시코쿠로 건너가 이시게씨를 만나면서 독립리그에 대해 알게 됐다. 독립구단은 선수의 생계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일본에는 지난 6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후지카와 규지가 입단해 화제가 된 시코쿠리그를 비롯해 간사이리그, BC리그 등 독립리그가 있다. 주로 프로야구팀이 없는 지역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간사이리그 소속팀의 경우 한해 운영비가 3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숙식을 각자 해결하고, 경기장까지 이동 또한 선수가 알아서 한다. 원정경기 때 감독이 버스 운전대를 잡는 팀도 있다. 독립리그 선수가 프로 팀과 계약하는 사례도 많다.

프로 팀 감독 출신 지도자도 적지 않게 독립리그에 몸담고 있다. 은퇴 후 재능기부 차원에서 선배 야구인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

우 단장은 "야구인이 아니라서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에는 '멋쟁이 야구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옷 잘 입고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도 있지만, 의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진짜 멋쟁이가 아닌가. 연봉과 계약금으로 몇십억원을 받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 야구를 위해 기부했다는 애기를 거의 못 들어본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전 LG 트윈스 2군 감독)은 2000만원이 조금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프로 감독 출신 야구인과 접촉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도움을 부탁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 4만5000명의 연천군이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다.

지난 2013년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10구단 kt의 수원 유치를 위한 공약으로 독립리그 출범을 얘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립구단 창단 얘기는 없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스폰서 조인식 모습. 사진제공=연천 미라클 야구단
우 단장은 "독립구단, 독립리그가 성공하려면 전문 야구인, 구단 운영 경험이 있는 이들이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야구장을 만들어 기반을 만들어주고, 지역 기업이 후원에 나서고, 지역 주민이 관심과 애정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해체된 고양 원더스 사례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야구인들에 따르면, 고양 원더스는 연간 약 40억원씩 3년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문을 내렸다. 허 민 구단주 한 사람에게 의존했고, 독립구단답지 않게 비용이 너무 컸다. 야구인들은 연간 40억원이면 4개 이상의 독립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 단장은 "고양 원더스 해체 소식을 듣고 독립구단 창단을 생각했다. 작은 돈으로 독립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연천 마라클은 현재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1만원 이상을 내면 구단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또 야구용품 판매 등 미라클 구단 브랜드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연천 미라클 사람들은 얼마전부터 독립리그 출범을 위해 제2, 제3의 독립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 4개팀 정도가 돼야 리그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지자체, 기업들과 접촉해 제안서를 주고받고 있다. 우 단장은 "야구인들뿐만 아니라 야구에 관심있는 분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큰힘이 될 것이다"고 했다. 야구계가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을 연천 미라클이 개척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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