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미라클 6연승' KIA, 뚝심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8-03 10:22


한화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9회말 1사 2루 KIA 양현종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윤석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02/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 수고가 많았고 고맙다."

요즘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잊지 않고 하는 말이다. 극적인 역전승, 끝내기 승이 이어지고, 어렵다 싶은데도 펄펄 힘을 내는 선수들이 대견하다. 고생한 선수 앞에서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베테랑 투수를 교체할 때 마운드에 올라 격려하는 김 감독이다.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KIA지만 최근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41승47패로 지난 주를 시작했는데, 47승47패 승률 5할에 복귀했다. 후반기 마지막 12경기에서 3승9패에 그쳤던 그 팀이 맞나 싶다. '기적의 일주일'을 보낸 KIA가 중위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지난 주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를 맞아 연속으로 3연전 스윕을 거뒀다. 5위 한화와 승차가 반게임차로 줄었다. 개막전부터 6연승을 거둔 후 두번째 6연승이다. 개막 6연승과 시즌 중후반 6연승. 무게감이 다르다. 6승 중 5승이 끌려가다가 뒤집은 역전승이다. 또 2경기를 9회말 드라마같은 끝내기 승으로 장식했다.

KIA가 만들어 낸 '어메이징 스토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기태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매 경기 결정적인 순간에 기발한 묘수를 내기도 하지만,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뚝심의 리더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게 감독의 숙명이지만, 그는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는다. 최소한 결과를 놓고 선수를 질책하거나 대외적으로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용병술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면서, 2군에서 성적을 낸 선수는 반드시 1군으로 올려 동기부여를 해준다. 한수 한수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선수를 움직인다. 드라마틱한 승부수가 아닌 믿음의 승부수다.


7월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KIA 브렛필이 9회말 2사 만루에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최근 팀에 합류한 에반 믹이 필에게 물을 들이붓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핵심 선수가 중심에 있지만, KIA는 특정 선수 위주로 끌어가는 정체된 팀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1,2군을 오르내리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2일 한화전에서 두 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중견수 김호령은 대졸 루키, 선발 투수로 활약 중인 박정수는 고졸 루키다.

KIA는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거나 멤버가 화려하다고 보기 어렵다. 제한된 자원에서 뽑아낼 수 있는 힘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 감독은 선수들이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선수 개개인의 마음을 얻었기에 실제 갖고 있는 힘보다 더한 능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그게 전반기 마지막 경기, 혹은 후반기 첫 경기 승리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도 있고, 승률 5할이나 당장 '오늘 경기'가 될 수도 있다.

매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기는 어렵다고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타이거즈 팀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마무리 윤석민은 1일 한화전 7회말에 등판해 3이닝을 던졌다. 9-7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1실점하고 승리를 지켜냈다. 또 좌완 에이스 양현종은 2일 한화전 9회말 상대 좌타자 김경언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했다. 김경언에게 안타를 내주고 1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승리에 대한 강력한 이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필요할 때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용병술은 감독이 선수와 한마음이 될 때 가능하다.

KIA는 7월 28일 SK전 2-3으로 뒤진 9회말 4점을 뽑아 이겼다. 7회 대타로 나선 김원섭이 두번째 타석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8월 1일 한화 이글스전 5회초 KIA 이홍구가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이 경기는 김원섭의 통산 1000번째 경기였다. 7월 29일 경기에서는 3-4로 뒤진 9회말 외국인 선수 브렛 필이 끝내기 안타를 터터렸다.

7월 30일 경기에서 7회말 역전 3점 홈런을 때린 백용환(25)과 8월 1일 한화전 5회초 2점 홈런을 때린 이홍구(24)는 장충고 1년 선후배이자, 포수 포지션 경쟁자다. 선배 백용환은 6월 말 처음 1군에 합류해 하위타선의 핵으로 떠올랐다. 1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은 이홍구는 선배가 1군에 합류한 후 더 분발하고 있다.

KIA는 지난 6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4.00, 팀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KBO리그 10개 팀 중 2위, 팀 타율은 3위다. 모처럼 투타 밸런스가 맞아갔는데, 특히 타선의 활약이 고무적이다. 팀 타율 골찌팀인 KIA는 6연승 기간에 득점권 타율이 3할3푼3리나 됐다.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지만, KIA의 응집력 강한 야구에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