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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고 높아지고' 청주구장의 변신은 무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15 12:23


변심은 죄가 있어도, 변신에는 죄가 없다.

과거의 낡은 모습을 청산하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물론 그 변신이 전부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의 안좋은 모습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래서 '변신은 무죄'다. 만약 이 변신이 좋은 효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제2홈구장인 '청주야구장'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놀랄만한 변신을 했다. 그리고 그게 팀 승리에 꽤 큰 영향을 미쳤다.


14일 청주야구장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탈보트와 롯데 송승준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올 시즌 처음으로 열린 청주구장 한화 홈 경기에 만원관중이 찾아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4
청주구장은 지난해까지 유명한 별명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쿠어스 필드'.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이다. 야구장의 규격(좌-106m, 우-107m, 중앙-126m)도 큰 편이 아닌데, 무엇보다 위치에서 기인한 영향이 크다. 야구장이 있는 장소의 해발고도가 무려 1610미터나 된다. 그러다보니 공기저항이 적어 타구의 비거리가 멀리 나온다. 그래서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갖고 있다.

청주구장 역시 이에 견줄만 하다. 홈런이 예사로 쏟아졌다. 메이저리그 쿠어스필드처럼 해발고도의 영향 때문은 아니다. 그냥 야구장이 협소해서 벌어진 일이다. 사실 1979년에 개장한 청주구장은 프로 경기를 치르기에는 미흡한 규모다. 관중 편의시설 역시 대단히 부족하다. 하지만 한화는 청주시의 요청에 따라 매년 이곳에서 6~9경기를 치러왔다. 한화로서도 청주에서 경기를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홈경기라고는 해도 사실상 원정이나 마찬가지다. '제2홈구장'에서 경기 일정을 치러야 하는 삼성, KIA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런데 청주구장이 변신했다. 사실 꾸준히 진행된 변신이었는데, 올해는 조금 더 획기적으로 바뀐 셈이다. 청주구장의 변신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98m였던 좌우 펜스거리를 100m로 약간 늘리고 야구장 내 시설을 개·보수했다.


14일 청주야구장에서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롯데 8회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의 안타 때 1루주자 손아섭이 홈까지 달리다가 3루로 귀루하는 도중 태그 아웃을 당했다. 3루로 귀루하고 있는 손아섭.
청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14
이어 2013년에 한 차례 큰 변신을 했다. 이때는 전면 리모델링에 가까웠다. 일단 33년간 써오던 천연잔디 그라운드를 인조잔디로 바꾸는 대사업을 진행했다. 천연잔디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실상 '맨땅'이나 다름없게 변한다. 청주구장이 바로 이랬다. 그래서 최신식 인조잔디를 깔았다. 그리고 좌석수도 기존 7500석에서 1만500석으로 늘렸다. 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1, 3루측에 각각 익사이팅존도 만들었다. 팬들이 조금 더 많이 들어오게 됐고, 더 가까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 또 변했다. 지난해 말 2015시즌을 대비해 약 10억원을 들여 또 다시 변신을 도모했다. 그 결과 중앙펜스까지의 거리가 110m에서 115m로 늘어났다. 더불어 펜스의 높이도 2.5m에서 4.3m로 높아졌다. 중앙 펜스쪽의 안전망을 포함하면 5.8m로 높아진 셈이다. 관중석은 안전시설을 갖추느라 기존 1만500석에서 1만석으로 약간 줄었다. 모두 '한국의 쿠어스필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이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올해 처음 치른 14일 한화-롯데전에서 홈런이 1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 8회초 롯데 최준석이 친 대형타구가 중앙 펜스 상단에 맞고 떨어졌다. 이전이었다면 홈런이 될 타구다. 하지만 구장 리모델링 덕에 타구가 펜스에 맞고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1루에 있던 손아섭이 3루를 돌다가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는 홈팀 한화가 9회말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홈런이 됐다면 끝내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다. 결국 청주구장의 변신은 한화에 큰 도움을 준 셈이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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