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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서베이] 거짓태그 논란, 과연 김광현의 책임일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7-13 07:55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 논란이 일었다. 여러가지 시각들이 존재한다.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좀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익명 서베이를 진행했다. 당시 논란의 장면. 사진캡처=KBS N 스포츠

SK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 논란'이 있었다.

9일 대구 삼성전 4회 2사 2루 상황에서 박석민의 타구가 내야에 높게 떴다. 1루수 앤드류 브라운, 3루수 김연훈, 투수 김광현 사이로 타구가 떨어졌다. 홈 플레이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3루 선상 지점이었다. 공교롭게도 2루 주자 최형우가 홈에 들어오기 직전. 김광현은 그대로 태그를 했고, 최형우는 아웃됐다. 그러나 공은 브라운의 글러브 속에 있었다. 삼성 벤치와 심판진 모두 보지 못했다. 결국 아웃처리가 됐고, 그대로 경기는 흘러갔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의견이 혼재한다.

핵심은 '김광현이 사건 직후 양심선언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맹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사기극', '사기꾼'과 같은 표현도 나온다. '경기가 끝난 다음이라도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많은 야구 팬이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김광현같은 슈퍼스타가 그라운드 위해서 '양심'을 저버린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비판이라고 한다. '김광현이 잘한 것은 없지만, 경기 중 일부로 봐야 한다'는 게 요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나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미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김광현이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다. 그런 논리라면 '도루나 사구의 순간, 세이프 제스처나 맞았다는 행동을 취하는 것도 모두 기만행위로 간주, 공개사과를 해야 하는가'라는 반박을 한다. 때문에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에 대한 '사기극' '사기꾼'과 같은 극단적 표현은 야구팬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한 '마녀사냥'이라는 역비판도 있다.

이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정확한 정황과 그 사이에 스며든 뉘앙스, 그리고 세밀한 분석을 통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장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익명 서베이'를 진행했다.

최대한 마음 속 깊숙한 말을 들어보기 위해 익명으로 진행하는 설문이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논란의 당사자 SK와 삼성은 제외했다. 8개 구단 각각 3명 씩,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의 의견을 들었다.


첫번째 질문은 '김광현의 거짓태그 논란, 만약 당신이 당사자라면 어떻게 했을까'였다. '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현과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② 주심에게 실토를 한 뒤 바로 잡아야 한다'는 두 가지 보기를 들었다.

두번째는 '거짓태그 논란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① 경기 중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② 거짓태그는 잘못된 것이다. 김광현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 '③ 그 장면을 보지 못한 심판진, 어필하지 못한 삼성 벤치에 책임이 있다.'는 세 가지 보기를 제시했다.

첫번째 질문에서는 24명의 의견 중 18명이 1번을 택했다.

기본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방팀의 한 선수는 '일부러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 나라도 몰입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수도권팀의 한 코치는 '원칙적으로는 잘못된 게 맞다. 하지만 실제 경기를 하다보면 순간의 상황과 경기진행이 겹치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방팀의 한 선수는 '무의식 중에 벌어진 일이다.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선수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이었다. 본능적으로 태그했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2번을 택한 의견은 6명이었다. 지방구단의 한 프런트는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다'며 김광현의 잘못을 지목했다. 경기장 구석구석 카메라가 돌고 있는 현 프로야구에서 속임동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

또 다른 지방구단의 한 프런트는 '정정당당함을 추구하는 스포츠맨십과 어린이 팬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때로 경쟁과 승부를 초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승부욕을 가졌을 김광현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런 선수가 양심선언을 했을 때 미칠 수 있는 긍정적 파급력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책임소재에 관한 두번째 질문. 중복선택이 3명이 있었다. 때문에 총 27표가 나왔다.

1번을 택한 의견은 모두 16명이었다.

수도권의 한 코치가 말한 '이 모든 게 경기의 일부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견과 같은 맥락의 견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방팀의 한 선수는 '모든 게 경기 중 벌어진 상황에 대해 굳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선수는 '누구도 잘한 것은 없다. 잘잘못을 묻고 따지기 보다는 이해하는 부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선수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 중 하나'라고 간결하게 결론을 내기도 했다.

또 수도권의 한 프런트는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 야구는 속이는 동작이 많은 종목'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상적으로 소위 '트릭볼'에 대해서는 통용되는 부분이다. 야구 종목 특성 상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주장이었다.

지방구단의 한 코치와 프런트는 모두 1번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김광현이 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단지, 당시에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라는 아쉬움만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3번 의견을 지적하는 의견도 11표가 나왔다.

한 수도권 프런트는 '선수 탓을 하면 안된다. 속이는 것도 전략이다. 야구는 스포츠라기 보다는 게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고, 한 지방팀 코치는 '굳이 따지면 삼성보다는 심판진이 잘못한 거라고 본다. 그 상황을 제대로 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지방팀 코치와 프런트는 각각 '이닝이 끝난 뒤에 어필을 했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고, '늦게라도 어필을 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태그 논란'의 책임소재에 대해 2번 의견(거짓태그는 잘못된 것이다. 김광현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복합적 변수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속임수'가 가미돼 있다는 점. 게다가 돌발적인 상황에서 생긴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막상 실전에서 '양심선언'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장의 의견은 이렇게 나왔다. 물론 현장의 의견이라고 모든 것이 맞는 것은 아니다. 악용하면, 같은 프로야구판에 있는 '제 식구 감싸기'의 모습이 표출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인 법이나 기준을 어긴 사건을 가지고 이런 서베이를 진행하면 예상보다 우호적인 의견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김광현 사건'은 그런 부류의 주제가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나왔고, 경기 중 벌어진 돌발행동으로 나왔다.

김광현 사건은 미묘한 부분이 많다. '익명 서베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답변자들도 많은 고심을 했다. 결국 김광현의 '거짓 태그'는 잘한 부분은 아니지만, 결국 야구라는 스포츠 틀 안에서 어느 정도 허용되는 행위로 간주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현 시점에서 진행되는 김광현에 대한 비난은 과도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적어도 현장의 목소리는 그랬다. 스포츠1팀

◇익명 서베이 결과

1. 김광현의 '거짓태그 논란'. 만약 당신이 당사자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총 24표)

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현과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8표)

② 주심에게 실토를 한 뒤 바로 잡아야 한다. (6표)

2. 거짓태그 논란의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총 27표)

①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16표)

② 거짓태그는 잘못된 것이다. 김광현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 (0표)

③ 그 장면을 보지 못한 심판진, 어필하지 못한 삼성 벤치에 책임이 있다. (11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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