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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차 윤규진을 움직인 김성근 감독의 칭찬 한마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7-01 08:49 | 최종수정 2015-07-01 08:49


"이제 네 모습을 찾은 것 같구나."

한화 이글스 필승 불펜트리오, 이른바 '박-규-혁(박정진-윤규진-권 혁)' 트리오의 한 축인 윤규진(31)에게 올시즌은 매우 같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군복무를 막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에는 사실상 홀로 불펜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팀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박정진과 권 혁이라는 든든한 '형'들이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이 세 명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팀은 놀라운 성적 반등을 만들어냈다. 분명 '꼴찌'에서 허덕이던 지난 해의 느낌은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2루 NC 지석훈 타석에서 한화 윤규진이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3패 방어율 7.28의 배영수를 내세웠다. NC는 7승 3패 방어율 3.47의 해커가 선발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19/
때문에 프로 13년차를 맞이한 올해 윤규진은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며 매 경기 나서고 있다. 물론 한때는 반갑지 않은 혹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윤규진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힘들었다면 미리 말하고 쉬면 된다. 올해 두 번 정도 경기 전에 힘이 들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고, 그때는 확실히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경기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이 들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패배의 아쉬움보다 승리의 뿌듯함에 더 익숙해지면서 선수 스스로의 내구성도 커졌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런 심리적인 성취감과는 별도로 윤규진은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배려에도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배려는 대부분 기대치 않았던 장면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규진은 두 차례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하나는 니시모토 투수코치의 배려. 니시모티 코치는 시즌 초부터 불펜 투수진, 특히 '박-규-혁 트리오'에게 한 가지 주의점을 강력하게 심어줬다. 비단 '필승조 3인방'이 아니라 불펜에 대기하고 있는 대다수 투수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바로 "경기 당일에는 가급적이면 캐치볼을 하지 말라"는 지시다.

보통 투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전체 선수들이 몸을 푸는 과정에서 캐치볼을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먼 거리까지 늘려서 공을 던지며 어깨와 팔꿈치를 풀어준다. 하지만 니시모토 코치는 이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무리 가벼운 캐치볼이라도 그걸 하는 과정에서 체력의 손실이 생기고, 더불어 팔에 피로도가 쌓일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캐치볼 또한 투구수 카운트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팀내 투수들, 특히 늘 경기 투입 가능성이 열려있는 불펜진에게는 '캐치볼 자제'를 지시했다. 물론 이건 엄격한 강제사항은 아니다. 선수에 따라 캐치볼을 하는 게 오히려 실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선수들은 캐치볼을 한다. 다만, 니시모토 코치가 강조하는 본질이 뭔지는 알고 있다. 체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라는 배려에는 한화 불펜진 모두 공감한다.

두 번째는 바로 지난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일. 이날 한화는 SK에 6대3으로 이겼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된 순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차례로 도열해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간단하게 승리를 자축했다. 여기까진 늘상 있던 일.


그런데 윤규진은 이때 특이한 경험을 했다. 김성근 감독과 악수를 하던 중 뜻밖의 칭찬을 들었던 것. 윤규진은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그날은 감독님께서 악수를 하시면서 '규진아, 이제야 네 진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며 잘했다고 해주셨다. 뭔가 속으로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윤규진에게 김 감독은 무뚝뚝하고, 늘 지적만 해왔던 감독이었다. 경기 중에 수시로 불러 투구폼에 대해 수정사항을 얘기해주던 모습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기치 않았던 순간, 예상치 못했던 칭찬을 듣게 되자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윤규진은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시즌 끝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내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벌써 데뷔 13년차를 맞이한 한화의 '필승투수' 윤규진에게 2015시즌은 새로운 '전성시대'인 듯 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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