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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KBO 선수 정보관리, 13년째 86㎏?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6-30 08:44 | 최종수정 2015-06-30 08:44


"어? 그거 제가 19살때 때 체중인데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홈페이지를 전면 업데이트 했다. 선수들의 각종 정보와 경기 스케줄, 역대 기록 등을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여러 부분이 바뀌었다.


◇올해 이용편의를 위해 전면 개편된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화면. 그러나 정작 중요한 선수 프로필은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사진=KBO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핵심정인 정보의 업데이트가 뒤따르지 않았다. 선수들의 신체 프로필, 그 가운데 체중 항목이 무려 10여년 동안이나 그대로다. 체중은 선수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특히나 국내 타자들이 오래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의한 '벌크업'으로 힘을 불린 경우가 많다. 때문에 체중 정보의 변화는 해당 선수가 프로 경력을 쌓아오며 어떤 식으로 진화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KBO 홈페이지와 KBO에서 제작하는 선수 가이드북에 나온 체중 정보는 대부분 맞지 않는다.

신인이나 연차가 많지 않은 어린 선수의 경우에는 정보가 대부분 들어맞는다. 하지만 5년차 이상의 선수들 중에 KBO 홈페이지 및 가이드북에 나온 신장/체중 정보가 맞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프로 입단 14년차의 외야수 A의 케이스다. KBO 프로필에 나와있는 체중은 86㎏이다. 그러나 육안으로 봐도 그 선수가 절대 86㎏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선수 A에게 직접 체중을 물어봤다. 대뜸 "지금은 세 자릿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린 결과다. 그 덕분에 A선수는 현재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그런 A에게 다시 KBO 프로필에 있는 체중 '86㎏'의 사연을 물었다. 선수 본인조차 화들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에이, 제가 어딜봐서 86㎏이에요. 그게 19살에 프로 입단할 때 체중인데, 아직도 안바뀌었나? 업데이트 좀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14년전의 체중 정보가 그대로 바뀌지 않은 채 올라가 있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무려 20㎏ 가까이 차이가 나는 건 정보의 신뢰도를 무너트리는 오류로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KBO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KBO 박근찬 홍보팀장은 "그 문제에 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구단의 적극적인 도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KBO가 자체적으로 선수들의 신체 정보를 일일히 조사할 수는 없다. 매년 초 구단이 제공하는 선수 정보를 토대로 데이터를 갱신한다. 그래서 구단이 제공하는 원소스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KBO가 애초부터 구단에 선수 프로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는 지는 의문이다. 각 구단은 수시로 선수들의 신체 정보를 체크한다. 특히 매년 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서는 전 선수를 대상으로 체력 및 신체 검사를 한다. 그렇게 그램(g) 단위로 선수를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이렇게 조사한 체중 자료를 넘기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는 KBO와 프로 구단간 정보 교류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KBO가 600, 700만을 넘어 1000만 관중 시대까지도 지향한다면 이런 기본 정보 관리 체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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