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포수 이홍구(25). 요즘 야구할 맛이 날 것 같다. 장충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4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3년 만에 제 세상을 만났다. 데뷔 첫해에는 출전 기회가 적었고, 지난 시즌에는 손가락을 다쳐 한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시즌 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9리(86타수 24안타), 18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4개, 2루타 6개를 때려 장타율이 4할8푼8리다. 최근 몇 년 간 포수 고민이 컸던 KIA에 세대교체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선배 이성우(34)와 함께 타이거즈 안방을 지키고 그는 외야수 김호령 등과 함께 '타이거즈의 내일'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이홍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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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야구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는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나. 즐겁게 운동하라"고 주문을 하는데 쉽지가 않다.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김기태 감독의 칭찬에도 이홍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배들이 나선 경기는 실점도 적고 잘 풀렸는데, 자신이 출전한 경기는 부진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경험이 중요한 포수 포지션. 안정감이 부족했고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홍구는 "(이)성우형이 나가면 2~3실점 경기가 되는데, 요즘에도 내가 나가면 4~5점을 내준다. 이게 경험의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벤치 의존도도 높다. 볼배합 사인의 60~70%가 덕아웃에서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 전 KIA 덕아웃 근처를 훑어보면 어김없이 나카무라 코치와 이홍구를 볼 수 있다. 매일 40분씩 훈련이 이어진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가 만만찮은 훈련이다. 홈경기와 원정경기, 선발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된다. 10일 넥센 히어로즈전 때는 조계현 수석코치가 가세해 이홍구를 괴롭혔다. 타구를 날리던 조 수석코치가 "이제 그만할까"라고 하자 이홍구는 가뿐숨을 몰아쉬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외쳤다.
피로 누적을 걱정하고 여름 무더위에 앞서 체력안배를 얘기하는 선수가 많은데, 딴 세상 일이다.
이홍구는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생각 안 한다. (지금 상황은)걱정할 시기도 아니다. 경기 때 써먹을려고 훈련을 하는건데, 훈련 때 잘 되다가도 막상 경기 때 쓰지 못하고 있다. 경기중에 긴장해 몸이 뻣뻣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타격 재질? 포수로 인정받고 싶다.
공수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공격적인면이 돋보였다. 시즌 초 중심타선이 부진할 때 김기태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이홍구를 4번 타자로 한 번 써볼까"라고 툭 한마디 던졌다. 코칭스태프가 이홍구의 타격 재질을 높게 보고 있다.
박흥식 타격 코치는 "굉장히 좋은 스윙 매커니즘을 갖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 영리한 선수라 타석에서 노림수가 좋다"고 칭찬했다.
이홍구는 지난 4월 29일 한화 이글스전에 대타로 나서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올시즌에 결승타 3개를 기록했다.
이홍구는 공격뿐만 아니라 포수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도루 저지율을 얘기하자 이홍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41번의 시도에서 6번을 잡아 도루 저지율이 1할6푼2리다. 선배 이성우(3할1푼6리)에 한참 뒤지는 기록이다.
"나카무라 코치님이 실패를 해봐야 더 좋아진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실점을 하고 덕아웃에 들어올 때 얼굴에 딱 표시가 나는 모양이다. 이홍구는 "감독님은 위축되지 말고 자신있게 해보라고 격려해주신다. 하지만 안 될 때 나도 모르게 어두운 얼굴, 위축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했다.
이홍구는 올시즌 최고의 경기로 5월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을 꼽았다. 이홍구가 선발 스틴슨과 호흡을 맞춘 이 경기에서 KIA는 2대0으로 이겼다. 이성우가 에이스 양현종, 이홍구는 외국인 선수 조쉬 스틴슨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손흥민과 닮았다고? 이홍구 닮았다는 얘기 듣고 싶다.
1년차 땐 출전 기회가 적었고, 2년차 땐 1군 경기에 한 게임도 나가지 못했다. 이홍구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교육리그 이후 마무리 훈련, 전지훈련이 이어졌다. 지난해 가을부터 쉬지 않고 씽씽 달려왔다.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낮춘 그에게 '장점이 뭐냐'고 묻자 한참 생각하더니 "잘 안 아픈 것"이라고 했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지난 2월 전지훈련 출발에 앞두고 구단 체력 테스트가 있었는데, 4km를 17분에 달렸다. 통과 기준인 19분에 2분 먼저 들어왔다. '주전급 포수로 성장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게 너무 많다"며 힘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교적 평범한 얼굴이라서 그런걸까. 한동안 팀 선배 윤석민을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엔 축구국가대표팀 공격수 손흥민(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과 얼굴이 비슷하다는 소리가 소리를 듣는다. 지금같은 기세로 성장한다면 오래지 않아 'KIA 포수 이홍구를 닮았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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