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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타고투저, 염갈량의 주목할 전진-후퇴 시스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6-08 12:29


2015 KBO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LG를 상대로 6대1 승리를 확정지은후 투수 이상민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03/

항상 칼같은 밸런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야구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타고투저'와 '투고타저'는 언제든지 번갈아 올 수 있다. 그 속에서 타자들과 투수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최근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

투수들은 너무 힘들다. 외부 변수가 있다.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KBO 공인구의 높은 평균치의 반발계수. 실전에서 그 체감는 더욱 심하다. 많은 사령탑들이 지적하는 부분. 또 하나 심판진의 짜디짠 스트라이크 존.

시즌 전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외쳤지만, 공염불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경기시각의 주범이다.

두 가지 강력한 외부변수 외에도 타자들의 타격 기술 향상은 매우 인상적이다. 한 내야수는 "확실히 수비시 타구가 빨라졌다. 반발계수의 영향은 개인적으로 모르겠지만, 확실히 타자들이 그만큼 좋은 포인트에서 공을 맞히는 것 같다"고 했다.

4~5점 차 역전은 부지기수다. 때문에 그동안 야구의 불문율은 기준 자체가 깨졌다. 8점 차 리드 이후 대역전패를 당한 두산의 경우 불문율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6~7점을 리드하더라도 9회 두산이 희생번트를 대면 뭐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쓸만한 필승게투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타자, 한 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없다. 상대의 공격 흐름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결국 투수들의 기량 향상이 '타고투저'의 흐름을 깰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그래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 '타고투저'와 '투고타저'의 사이클은 투타의 테크닉이 균형적으로 발전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전진과 후퇴, '밀당 시스템'은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내리그에서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은 많다. 패스트볼 구속이 145㎞를 훌쩍 넘긴다. 좋은 각도의 변화구 구종을 갖췄다. 이들이 긁히는 날이면 확실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1점 차의 클러치 상황에서 이들은 제구력과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즉, 팀이 지고 있는 상태나 크게 이기도 있는 상태에서 등판할 때와 클러치 상황에서 투구내용은 극과 극이다.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인 부담감의 차이 때문이다.

염 감독은 "잠재력은 뛰어난 투수는 많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투수는 몇몇 되지 않는다"며 "잠재력 높은 투수를 A급 투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전진과 후퇴의 과정에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최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상황을 코칭스태프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많이 지고 있을 때 투입한 뒤 많이 이기고 있을 때 투입을 하고, 성공을 거둘 경우 전진한다. 3~5점차 리드할 때와 리드 당할 때, 2~3점 차 리드할 때와 리드 당할 때의 상황 등을 차례차례로 단계별로 투입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심리적 압박이 서서히 올라가는 상황을 단계별로 투입하면서, 잠재력 높은 투수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구단이 이런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세밀하거나 정확히 정립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승부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고, 당장 승리가 급한 팀의 경우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항상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전진하는 과정에서 신예투수들은 좌절할 가능성이 많다. 염 감독은 "이 경우 다시 후퇴해야 한다. 다시 심리적인 압박감이 떨어지는 상황을 택해 마운드에 투입해야 하고, 이런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A급 필승계투조가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넥센의 경우 현재 그 과정에 있는 선수가 김영민이다.

10개 구단이 만들어지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결국 잠재력 높은 선수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만이 이런 약점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대. 결국 투수력의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 이런 의미에서 염 감독이 강조하는 전진과 후퇴의 시스템은 10개 구단 보다 좀 더 정밀하게 가동될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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