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올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제자 송은범에게 2군행을 지시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의 속마음이 꼭 그랬을 것이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쓰고 싶었지만 그 노력이 계속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김 감독은 강한 질책의 의미로 송은범을 2군에 보냈다.
|
2015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3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송은범이 롯데 4회말 2사후 황재균에게 솔포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울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31/ |
|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엔트리를 일부 변경했다. 송은범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외야수 김태완이 들어왔다. 전날 kt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간 송은범은 1⅔이닝 만에 6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조기 강판됐다. 이런 식으로 망치는 경기가 매번 반복됐다. 송은범은 선발로 복귀한 지난 5월9일 잠실 두산전부터 전날 kt와의 경기까치 6번 선발로 나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특히 5월15일 대전 넥센전부터 6일 kt전까지 5경기 가운데 5이닝을 넘긴게 단 한 번 뿐이다. 이 5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1.66이나 됐다. 이 정도면 완벽한 '선발 실격'감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균 3이닝을 못버티는 바람에 송은범이 나선 경기에는 불펜 소모가 극심했다. 이는 다음 경기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혼자만의 부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전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김 감독도 이런 송은범을 그냥 놔둘 순 없었다.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선수 스스로 부진의 원인을 찾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실망을 했다. 김 감독은 그래서 송은범에게 '기약없는 2군행'을 지시했다. 복귀까지 정해진 시간같은 건 없다. 투구 밸런스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되찾아야만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강한 질책의 메시지로 보면 된다.
|
10일 부산사직구장에서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롯데가 한화에 연장 승부 끝에 11회 10대9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11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화 송은범이 롯데 장성우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10 |
|
김 감독은 이날 2군으로 내려간 송은범에 대해 "마운드는 싸우기 위해 올라가는 곳이다. 그런데 (송은범에게서는) 투쟁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건 구위나 기술 이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은범이 최고 150㎞, 평균 140㎞대 후반의 강력한 공을 갖고서도 늘 타자와의 승부를 피해가는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김 감독은 송은범이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전까지는 1군 무대에 부르지 않을 방침이다. 김 감독은 "(송은범은)긴 여행을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다"며 복귀 시점이 멀어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정신 자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 그래서 김 감독은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1군에 돌아오는 건 전적으로 송은범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과연 스승의 강한 질책이 송은범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어떤 희망적인 전망도 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송은범이 변하지 않고서는 1군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