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어색한 장면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바. 김성근 감독(73)도 이미 그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제는 '이 팀이라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화 이글스, 아니 한화 '트랜스포머스'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가 중견수로 변신했다. 종종걸음으로 드넓은 외야를 바쁘게 뛰어다녔다.
|
매우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6년 전 정근우를 우익수로 변신시킨 인물이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그 상대는 한화 이글스다. 당시 김 감독은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정근우를 지휘했다. 그런데 6년 만에 한화에서 다시 재회한 두 사제지간이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결코 돌발적인 건 아니었다. 이미 김 감독은 전날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전날 KIA전에서 외야수 김경언이 종아리 부상을 당한 이후 김 감독은 팀내 상황이 대단히 격변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했다. 또 이런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26일 밤의 '심야 특타'가 바로 그 준비다. 황선일과 송주호 이성열 권용관 강경학 등이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특타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들이 치는 공을 외야에 나간 정근우가 잡는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이 훈련의 본질에 대해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경언의 이탈이라는 엄청난 위기가 왔는데, 시간을 쪼개서라도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나. 정근우의 중견수 수비 훈련도 그래서 했다. 정근우가 중견수를 맡아줘야 할 상황이 분명히 온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이같은 김 감독의 예상은 현실로 이뤄졌다. 타이트한 승부처에서 갖고 있는 전력을 모두 투입하는 것이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정근우의 외야수 변신 또한 그런 '김성근 야구'의 일환이다.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뒤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6년 만에 외야에 나간 정근우는 "외야로 출장했을 때 내야보다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제 밤에 충분히 연습해서인지 크게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