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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5할+ 7팀, 상향평준화의 명암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5-21 09:43


2015 프로야구는 죄다 우등생이다. 적어도 욕은 먹지 않는 '승률 5할' 이상이 7팀이나 된다. 21일 현재 공동 6위인 롯데와 KIA가 각각 승률 5할에 턱걸이를 한 상태다. 지난 20일 SK에 석패한 한화도 5할승률에서 -1이다. 언제든지 5할승률 복귀가 가능하다. 바야흐로 '승수 인플레', '강팀 천지' 정국이 됐다.

막내 kt의 공이 첫번째다. 8승34패(승률 0.190)로 '승수 자판기' 역할을 했다. 그래도 4월에는 이보다 더 비관적이었다. 그나마 대형 트레이드를 통한 팀개혁이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력 강화와 박진감 증가는 상대팀과 관중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시즌 중반이 되면 더 자주 이길 것이라는 장밋빛 이야기가 립서비스로 들리진 않는다. 허나 현실은 영락없는 꼴찌.

혼전의 두번째 원인 제공자는 최강 삼성이다. 잘 갖춰진 선발, 안지만-임창용의 대변되는 뒷문 잠금조, 짜임새 있는 공포의 방망이, 넘치는 젊은 자원들. 시즌 초반 치고나갈 때만해도 리그 5연패 가능성을 키웠다. 그랬던 삼성이 5월 들어 자주 진다. 최근 10경기에선 4승6패. 염경엽 넥센 감독은 "현재로선 전력상 삼성을 잡을 수 있는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삼성이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가주면 오히려 우리같은 팀은 더 낫다. 순위싸움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삼성이 앞서가면서 다른 팀들을 잡아주면 중위권 팀들의 승률도 다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호랑이가 태업에 들어가자 늑대와 여우는 살맛이 났다. 삼성은 SK와 승차없는 2위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kt전력은 나머지 9개팀과는 큰 차이가 있다. kt로 인한 승수 인플레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kt 조범현 감독.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5.03
기준점이 되는 5할승률

감독들은 너도나도 무더운 7,8월이 고비라고 말한다. 승부처에서 힘을 내겠다고 하는데 전제조건이 있다. 최소한 5할승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9위 LG(17승24패, 승률 0.415) 양상문 감독도 지난 4월 "5월이 되면 치고 올라가 5할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5할은 반등의 디딤돌이기도 하고,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을 버팀목이기도 하다. 이렇기에 각 구단 프런트는 입버릇 처럼 "5할에서 플러스 얼마, 5할에서 마이너스 얼마"라며 팀 승률을 수치화 한다. 또 예전부터 5할이 중요했던 이유는 적어도 5할을 유지하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확률이 80% 이상은 됐기에 나온 얘기였다. 지금으로선 5할 승률을 달성한다고 해도 4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수 있는 5위 안에 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위팀과 중위팀의 경계가 무너지고, 이런 혼전 양상이 계속된다면 5할 승률을 하고도 '가을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최근 삼성은 나쁘지는 않지만 최강 페이스는 아니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5 프로야구 5월 12일 경기. 5회말 1사 1루 삼성 채태인이 좌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류중일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채태인은 부상에서 복귀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5.12/
치열한 승부, 후유증 경계해야

매일 조금만 더 힘을 내면 5할 승률에 복귀할 수 있고, 조금만 마음이 흐트러지면 5할 승률에서 밀려나다보니 사령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힘을 쥐어짤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시즌의 4분의 1을 갓 넘긴 상황이지만 여기서 밀리면 축 처질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한화를 두고 '매경기가 포스트시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타팀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선발투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경기 초반에 선발을 곧바로 내리는 경우가 '일상다반'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팀도 매일 매일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힘겹게 버티다 보면 결국은 탈이 난다. 때로는 쉬어야 하고, 때로는 억지로 쉬게 해줘야 한다. 기계도 휴식이 필요한데 하물며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다. '5할 혈투 후유증'은 최상위권 팀들보다는 아무래도 중상위권 팀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 대체불가능한 팀의 핵심 선수가 주저앉기라도 하면 그때는 진짜 낭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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