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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은 끝났다. 쓸어담는 일만 남았다.
이날 LG전에서는 4타수 3안타 1타점을 터뜨렸다. 5월 이후 3안타 경기가 4번이나 된다. 지난 14일 인천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는 1-7로 뒤진 6회말 1사후 좌중간 솔로홈런을 치며 추격의 불씨를 당기더니 9회말에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투런아치를 그리며 대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공격 각 부문서 하위권에 처져 있던 브라운은 이날 현재 홈런 공동 4위, 타점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브라운에 대한 기대는 사실 전지훈련 때부터 컸다. SK는 브라운에 대해 프로 데뷔 이후 큰 부상이 없었고, 메이저리그 경력은 깊지 않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최근 몇 년간 실속있는 활약을 펼쳤다는 점을 높이 샀다. 게다가 차분한 성격에 동료들과 어울리려는 노력도 SK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 돼 있다 하더라도 실전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브라운은 시즌 시작 후 적응 과정이 생갭다 길었다.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부터 4월 21일 kt 위즈전까지 17경기 가운데 9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볼넷은 그런대로 얻었지만, 삼진이 많았고 특히 주자가 있을 때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았다. 실제 시즌 첫 17경기에서 타율이 1할8푼2리였고, 4홈런과 9타점에 그쳤다. 이 기간 주자 있을 때와 득점권에서의 타율은 각각 1할3리, 6푼7리였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브라운의 타순을 5번, 3번으로 조정만 했을 뿐 선발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꾸준히 중심타자로 기용하며 믿음을 심어줬다. 국내 투수들과 스트라이크존 적응이라는 과제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안타는 나오지 않지만 타구의 질이 국내 타자들과는 다르다. 자기 역할을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어떻게든 기회를 주고 기다리겠다는 의미였다.
성과가 나오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 22일부터 이날 LG전까지 19경기에서 타율 3할9푼4리에 7홈런, 20타점을 올렸고, 득점권에서는 3할6푼4리를 때렸다. 4월 22일 kt전을 기점으로 타격 사이클이 바뀐 데에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작용했다. 김 감독은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그림을 확대한 것 같다.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니까 잘 맞아나가는 타구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브라운은 "요즘은 부담없이 야구를 최대한 즐기려고 하고 쉽게 쉽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생긴 것은 그만큼 적응 부담을 덜었다는 의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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