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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폭스의 기대가치, 결국 '홈런'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5-17 12:11


결국은 '홈런', 그 하나에 성패가 달렸다.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결국 '홈런'이다.


◇한화 이글스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바로 장타력(홈런)이다. 수비는 최소한의 기본만 해주면 된다. 사진=뉴햄프셔 피셔 캐츠 홈페이지 캡처.
예고된 수순대로 한화는 지난 15일 폭스와의 공식 계약을 발표했다. 연봉 총액은 12만달러로 꽤 저렴한 편이다. 폭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거친 폭스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독립리그에서 뛰기도 했고, 올해는 토론토 마이너리그 더블A팀인 뉴햄프셔 피셔캐츠에서 29경기에 나와 2할7푼8리에 5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폭스의 이력이나 성적을 보면 한화의 선택에 다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최근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타자들은 대단히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선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 몸값도 100만달러에 육박했다. 성적 부진과 팀 문화 적응 실패로 끝내 퇴출된 나이저 모건만 해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선수다. 상대적으로 폭스의 경력은 빈약하다.

게다가 또 한 가지. 폭스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결코 아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포수와 1루수, 3루수, 코너 외야수를 두루 거치긴 했다. 그러나 이건 폭스가 수비에 재능이 많은 멀티플레이어라서가 아니었다. 어느 포지션 하나 확실하게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다녔다고 판단하는 게 적합하다. 결국 '수비력'은 한화의 폭스 영입 요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한화는 폭스를 데려왔을까. 일단 외국인 선수시장이 너무나 협소했다. 4~5월은 굉장히 애매한 시기다. 정규시즌이 개막된 후 한 달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든 때다. 외국인 선수들도 마이너리그 소속팀에서 본격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며 집중할 시기라 할 수 있다. 모건을 퇴출한 직후 김성근 감독은 "프런트에서 열심히 알아보고는 있는데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이너리거 대부분이 빅리그 콜업을 위해 전력질주한다. 해외 리그 이적을 노리는 선수는 거의 없다. 아예 빅리그 입성 가능성이 희박해진 선수 정도가 해외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정도다. 폭스 역시 그런 선수다. 슬슬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어가는 수비포지션이 애매한 선수이기 때문. 그나마 장타력 하나쯤 봐줄만해서 지금껏 마이너리그에서 버텨왔다.

바로 여기에 한화의 폭스 영입의 진짜 목적이 담겼다. 수비력 보다는 결국 장타력을 봤다는 의미다. 폭스는 이미 마이너리그 때도 장타력으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후에 '오직 장타력' 하나만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빅리그에서는 실패했지만, 나이가 든 현재까지도 장타력은 괜찮았다. 지난해 멕시칸리그 라구나에서 57경기에 나와 3할7리에 16홈런으로 맹활약하다가 필라델피아 더블 A팀과 계약해 78경기에서 22홈런(타율 3할8리)을 날렸다. 이제는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아예 버리고 타격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한화에서도 이런 모습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더구나 한화는 현재 팀 특성상 선수들의 수비 이동이 잦다. 다양한 작전이 경기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폭스의 경력이 장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대단히 뛰어난 실력은 아니더라도 마이너리그에서 954경기를 뛴 경험에서 나오는 수비력은 최소한의 몫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외야수로 나갔다가 경기 후반 1루나 혹은 포수로 잠시 변신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어쨌든 수비에서는 최소한 실수만 안해도 된다. 더 중요한 건 중심타선에서 홈런 등 장타력을 뿜어내는 것이다. 한화는 16일 현재 팀홈런(30개) 공동 6위, 팀 장타율(0.395) 7위에 머물러 있다. 왜 폭스를 데려왔는지 알수 있는 지표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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