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홈런', 그 하나에 성패가 달렸다.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결국 '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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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또 한 가지. 폭스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결코 아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포수와 1루수, 3루수, 코너 외야수를 두루 거치긴 했다. 그러나 이건 폭스가 수비에 재능이 많은 멀티플레이어라서가 아니었다. 어느 포지션 하나 확실하게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다녔다고 판단하는 게 적합하다. 결국 '수비력'은 한화의 폭스 영입 요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한화는 폭스를 데려왔을까. 일단 외국인 선수시장이 너무나 협소했다. 4~5월은 굉장히 애매한 시기다. 정규시즌이 개막된 후 한 달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든 때다. 외국인 선수들도 마이너리그 소속팀에서 본격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며 집중할 시기라 할 수 있다. 모건을 퇴출한 직후 김성근 감독은 "프런트에서 열심히 알아보고는 있는데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여기에 한화의 폭스 영입의 진짜 목적이 담겼다. 수비력 보다는 결국 장타력을 봤다는 의미다. 폭스는 이미 마이너리그 때도 장타력으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후에 '오직 장타력' 하나만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빅리그에서는 실패했지만, 나이가 든 현재까지도 장타력은 괜찮았다. 지난해 멕시칸리그 라구나에서 57경기에 나와 3할7리에 16홈런으로 맹활약하다가 필라델피아 더블 A팀과 계약해 78경기에서 22홈런(타율 3할8리)을 날렸다. 이제는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아예 버리고 타격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한화에서도 이런 모습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더구나 한화는 현재 팀 특성상 선수들의 수비 이동이 잦다. 다양한 작전이 경기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폭스의 경력이 장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대단히 뛰어난 실력은 아니더라도 마이너리그에서 954경기를 뛴 경험에서 나오는 수비력은 최소한의 몫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외야수로 나갔다가 경기 후반 1루나 혹은 포수로 잠시 변신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어쨌든 수비에서는 최소한 실수만 안해도 된다. 더 중요한 건 중심타선에서 홈런 등 장타력을 뿜어내는 것이다. 한화는 16일 현재 팀홈런(30개) 공동 6위, 팀 장타율(0.395) 7위에 머물러 있다. 왜 폭스를 데려왔는지 알수 있는 지표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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