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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시프트' 현장에선 "신선할 발상이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5-14 17:41


KIA 김기태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대단한 거 아닌가요. 새로운 시도였잖아요."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t 위즈 포수 윤요섭은 전날 김기태 감독의 수비 시프트에 대해 "창의적인 발상이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13일 9회초 KIA 수비 때 김기태 감독은 3루수 이범호를 포수 이홍구 뒤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5-5로 맞선 2사 2,3루에서 투수 심동섭에게 kt 4번 김상현의 고의 4구를 지시했는데, 폭투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승훈 3루심은 '경기 중에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야구규칙을 들어 제지했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수비 시프트.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와 스포츠전문채널 ESPN 등 외신까지 토픽성 기사로 다뤘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구규칙도 모르는 감독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KIA 베테랑 투수 서재응은 "이범호가 포수 뒤로 가는 걸 보고 폭투 방지를 위한 의도라고 생각했다. 사실 야구인이라고 해도 자주 벌어지는 상황은 잘 알지만 모르는 부분이 많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신선한 생각으로 볼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유격수 강한울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문승훈 심판원은 "규칙에 어긋나고 조금 놀랐지만, 굉장히 신선한 역발상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날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 "룰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경기 종료 직후 분명하게 실수를 인정했다. 14일 경기 전에는 주장이자 당사자인 이범호와 선수단 최고참인 투수 최영필을 불러 상황 설명을 하고 "실수를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실점 위기에서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뜻을 전했다. 평소 선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지도자다운 언행이다.

이범호는 "당시 야구규칙에 어긋나는 건지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점 위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도였다. 덕분에 미국에 내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이전부터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자주 얘기하곤 했다. 그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에 취재진과 만나 "고의 4구의 경우 상대팀에 통보하고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고 바로 출루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평소에 여러가지 상상을 해본다"며 이를 '만화같은 야구'라고 했다.


해프닝을 둘러싼 외신 보도에 대해 김 감독은 "신경 안 쓴다"며 웃었다. 열정적인 지도자의 역동적인 발상.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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