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불안은 올시즌 프로야구 트렌드처럼 인식되지만 롯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불펜에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염종석 투수코치가 선발투수를 바꾸기 위해 마운드로 향하면 롯데 응원석에선 야유가 쏟아진다. 100개를 넘긴 투구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도무지 불펜투수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존재감 제로의 마무리가 있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로 김성회가 낙점을 받았지만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며 2군에 내려가 있다. 김성회는 지난 8일 2군에서 선발로 등판해 4이닝 1실점을 했다. 불펜보다는 대체선발용으로 컨디션을 가다듬고 있다. 김성배 이정민 이명우 정재훈 등 다른 카드도 만져봤지만 모두 실패였다.
심수창(34)은 혜성처럼 등장한 케이스다. 어찌보면 강제로 마무리로 소환됐다. 선발로 나와 3경기를 호투했지만 불펜진이 게임을 말아먹었다.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비로 등판이 밀리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원등판을 했던 지난달 30일 넥센전이 계기가 됐다. 극적인 세이브로 팀도 살리고 심수창도 뿌듯함을 느꼈다. 이후 이종운 롯데 감독은 심수창에게 마무리를 권했다. 심수창은 올해가 끝나면 FA가 된다. 나름 선발투수로 한시즌을 생각하고 몸을 만들어왔다. 인생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1점차 터프 세이브 상황. 롯데는 12일 넥센전에 사활을 걸었다. 팀은 6연패에 빠져 있고, 선발투수는 린드블럼이었다. 에이스 린드블럼이 무너지는 순간, 연패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접접이 펼쳐졌고, 린드블럼은 7이닝을 4실점으로 틀어막고, 김성배가 8회를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9회초 5-4로 리드한 상황에서 심수창이 올라왔다. "한이닝 매 투구 집중해서 던졌다. 밸런스만 잡히면 내 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심수창의 경기후 소감 그대로였다. 넥센 1번 문우람 삼진, 2번 스나이더 삼진, 3번 김민성 중전안타, 4번 박병호 삼진.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볼넷을 내주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얻어맞던 롯데 마무리의 전형이 아니었다. 정면승부로 상대 타자와 당당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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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무리 심수창. 12일 넥센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완벽했다. 중전안타가 하나 있었지만 KKK는 요즘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에게서 쉽게 볼 수없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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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가 안정되면 팀승리 확보 외에 몇 가지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먼저 선발진의 안정이다. 린드블럼과 레일리, 송승준 등 선발투수들의 한계투구를 좀더 줄일 수 있다. 110개를 넘기면 다음 등판에 무리가 오고, 구위가 떨어져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펜진도 한시름 덜게 된다. 8회 2사나 9회에 주자를 내주고 내려와도 강력한 마무리가 있으면 실점으로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 동료에 의해 기록관리를 받으면 힘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덩달아 팀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를 하다보면 강팀이든 약팀이든 확실히 이기는 경기가 3분의 1, 확실히 지는 경기가 3분의 1, 나머지 3분의 1은 박빙 승부라는 말이 있다. 박빙승부에서 얼마만큼 승리를 챙기느냐에 따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느냐, 못하느냐 판가름이 난다. 심수창은 올시즌 8경기에서 1패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중이다. 불펜으로 나온 최근 5경기는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올시즌 마무리로 롱런하다보면 실점도 하고, 블론 세이브도 기록하겠지만 지금 롯데 불펜에는 심수창만한 선수가 없다. 부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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