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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5일 '어린이날' 잠실구장에서 벌어지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라이벌전. 2008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양팀의 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경기다. 양팀 모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빅 이벤트다.
그런데 경기는 최근 팀 분위기를 반영하 듯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2-2로 맞선 5회말 두산 공격. 두산 선두타자 허경민을 삼진으로 잡은 LG 선발 루카스 하렐이 제구력 난조 속에 순식간에 무너졌다. 볼넷 2개와 사구 1개로 1사 만루. 안타 1개 없이 대량 실점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정수빈 김재환 김재호가 연속 안타를 때려 힘의 균형을 깨트리더니, 민병헌이 좌월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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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의 스피드 대결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이 완승을 거뒀다. 이날 유희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3km에 그쳤다. 1회초 선취점까지 내줬다. 하지만 착실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트윈스 타선을 압박했다. 반면 LG 루카스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49km까지 나왔다. 140km 중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읽혔고, 위기에서 집중력을 잃고 스스로 무너졌다.
루카스는 앞선 4회말 무사 1,2루에서 홍성흔의 투수 앞 희생 번트 타구를 무리하게 3루로 송구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2실점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4⅓이닝 동안 5안타, 4사구 6개를 내주고 6실점.
두산은 2만6000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10대3 완승을 거뒀다. LG로선 뼈아픈 '어린이날' 대패다. 잠실구장 3루쪽 관중석의 LG 팬들은 끝까지 트윈스를 응원했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