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블론세이브를 한 마무리 손승락에 대해 "승락이는 까면 안된다"는 말을 했다. 무슨 뜻일까. 바로 팀 상황 탓에 8회 등판이 잦은 손승락의 헌신을 감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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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 염 감독은 이들의 성장에는 손승락의 희생이 있었다고 설파했다. 선수를 키울 때 키우더라도, 이들이 위기를 만들면 어김없이 손승락이 8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다. 후배들은 뒤에 든든한 클로저, 손승락의 존재감이 있기에 마음껏 자기 공을 뿌리며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마무리투수의 9회 등판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좋은 투수 자원들이 줄어들면서 불펜진은 모든 구단의 고민거리가 됐고, 필승조가 구축된 팀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8회부터 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마무리 6년차 손승락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예상외로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기자의 질문에 "그게 불펜투수 아닌가"라고 답했다. 손승락은 "팀 사정이 그렇다면, 거기 맞추는 게 프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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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승락의 희생은 낯설지 않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 선발 전환까지 고려했을 정도다. 갑작스레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상황도 대비해 훈련했다. 또한 필승조 세 명을 고정된 자리 없이 돌려가며 용병술 속에서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고, 7회면 7회, 8회면 8회, 자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힘이 좀더 있는 선수가 하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FA 앞둔 6년차 마무리 손승락, "기록 관리? 1년 잘했다고 인정받는 것 아냐"
손승락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마무리로 8회 등판이 잦은 것은 어찌 보면 불리할 수 있다. 늘어난 투구수와 연투로 인해 블론세이브 확률이 높아지고, 투수들이 중요시 하는 평균자책점 등 각종 기록이 나빠질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그는 FA 때문에 당장의 기록을 신경 써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손승락은 "올해 1년 잘한다고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못하고, 1년 잘했다고 가치를 언급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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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손승락은 큰 부상 없이 롱런중이다. 오승환보다 '꾸준함'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9일 현재 현역 선수 중 삼성 임창용(204세이브)에 이어 통산 세이브 2위(158개) 기록을 갖고 있다. 역대 6위 기록, 2010년부터 비교적 단시간에 이룬 기록이다.
히어로즈로 간판이 바뀐 뒤, 팀이 어려울 때와 좋을 때를 모두 함께 한 그다.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수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을 건네고 있다. 6년째 같은 자리에서 팀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같은 손승락, 그에게 팀을 위한 희생은 그저 당연한 일일 뿐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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