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서동욱(31)은 '멀티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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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선수들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오늘 못해도 내일이 있는 주전들과 달리, 제한된 기회 안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만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이를 통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서동욱은 최근 주전 2루수 서건창의 무릎 십자인대 부분파열로 인해 기회를 잡았다. 내야 멀티요원인 김지수와 기회를 나눠 가졌지만, 지난 주말 kt 위즈와의 3연전에선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공격력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그가 이번 3연전을 통해 깨달은 게 있다. 서동욱은 "오키나와 캠프 때까지 컨디션이 좋아 올 시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옆구리 통증으로 2군에 가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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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서동욱은 "백업에서 시작하지만 주전들도 조금은 긴장하지 않을까. 기존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갑작스런 옆구리 부상으로 이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1군에 올라온 뒤에도 다시 조급해지고 말았다.
여유를 찾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덕아웃에서 후배 김하성의 타격을 관찰하다 '이거다' 싶은 포인트를 찾았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김하성이 타격 타이밍을 길게 가져가는 것을 본 것이다. 자신과 달리, 후배는 타석에서 보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까마득한 11년 후배의 타격을 보고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동욱은 김하성의 타격 메커니즘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조급함으로 인해 공을 보는 타이밍이 짧아지자, 투수의 공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 김하성처럼 보다 긴 호흡으로 공을 보면서 쭉 당겨서 자기 스윙을 하기 시작하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벤치다. 넥센은 '2루수 김민성-3루수 윤석민' 카드로 서건창 공백에 대처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동욱은 "내일 목표는 한 타석 더 나가는 것"이라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든든한 멀티플레이어, 서동욱은 또다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역할을 준비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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