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NC전에서는 삼성 선발 윤성환(34)의 호투가 돋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장면이 있었다. 삼성이 4-0으로 앞선 5회말 2사 1루에서 윤성환은 NC 8번타자 김태군을 맞았다. 초구에 김태군의 방망이는 돌아갔고, 높은 파울플라이 타구는 삼성 1루수 구자욱(22)에게로 향했다. 한참을 여유있게 기다리다 포구하려던 순간 볼은 구자욱의 미트에서 빠져 그라운드로 통통 굴렀다. 잡기 쉬운 타구. 구자욱이 잡았다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 무엇보다 김태군을 잡으면 5이닝 무실점으로 일단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대선배가 마운드를 지키는 데 황당한 수비실책을 한 구자욱. 이내 낯빛은 흙빛이 되어 안절부절했다. 구자욱은 지체없이 윤성환에게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윤성환은 밝은 얼굴로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후배를 안심시켰다. 이후 몇 차례의 1루견제 뒤에 김태군에게 5개의 볼을 더 던진 뒤 결국 3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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