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그는 '괴물 타자'였다. 그러나 올해의 그는 '특급 괴물 타자'다. 엄청난 괴력의 스윙을 앞세워 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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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2루타였다. 1회초 1사 1, 3루에서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우전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어 3회 1사후에도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양현종을 뒤흔들어놨다. 하지만 이건 괴력의 시작일 뿐이었다.
팀이 3-1로 근소하게 앞선 5회초. 이번엔 선두타자로 나왔다. 상대는 역시 KIA 에이스 양현종. 지난해 양현종은 'NC 킬러'였다. 6전 전승으로 NC 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테임즈가 그 자존심의 탑을 방망이로 산산히 무너트렸다. 2개의 2루타에 이은 3번째 안타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 약이 오른 양현종이 던진 초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맞는 순간 타구는 이미 홈런 궤적을 그렸다.
7회에는 잠시 페이스를 늦췄다.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가벼운 스윙으로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양현종을 2루타 2개와 홈런 1개로 두들긴 뒤 바뀐 투수 김태영의 초구를 툭 밀어쳤다. 힘을 뺐지만, 마지막 순간 임팩트는 자로 잰듯 정확했다. 이제 홈런보다 까다로운 3루타만 치면 대기록의 완성이다.
기대감이 끓어올랐다. 테임즈가 9회에도 타석에 나오자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달아올랐다. 함성이 몰아치는 가운데 테임즈가 타석에 나왔다. 이번 상대는 좌완 임준섭이었다. 1사후 타석에 나온 테임즈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를 받아쳤다. 행운이 따랐다. KIA 1루수 브렛 필의 글러브에 굴절된 뒤 오른쪽 외야 구석으로 굴렀다. 테임즈는 의식적으로 3루타를 노렸다. 처음부터 3루만 보고 전력질주. KIA 외야진은 대기록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재빨리 중계 플레이를 했으나 테임즈의 집념이 더 빨랐다. 세이프! 3루심의 판정과 함께 테임즈는 함성을 질렀다. 지난 2001년 5월26일 대구 해태전에서 삼성 마르티네즈가 기록한 뒤로 14년 만에 나온 외국인선수 2호 사이클링 히트의 완성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