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고 가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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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8연패를 기록하던 kt는 정대현을 선발로 냈다. 정대현은 올해 kt의 5선발 후보 중 하나다. 선발 경험은 매우 드물다. 올해 첫 선발 등판이다. 그런데 예상 이상의 호투를 했다. 4이닝 동안 안타 3개만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도 이닝당 16.5개로 효과적이었다. 직구 평균구속은 130㎞대 초반. 최고구속은 138㎞로 느리다. 그러나 제구력이 괜찮았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효과적으로 섞어던지며 SK 타자를 상대했다.
경기 내용이나 투구수로 봐서는 충분히 5회 이후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더군다나 kt는 불펜 전력이 그리 좋은 팀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선발이 길게 던져주는 게 팀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런데 5회가 되자 kt 벤치는 정대현을 즉각 최원재로 바꿨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경기 도중 나온 kt 벤치의 답변은 이랬다. "5선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에 정해진 투구수를 충분히 채워 교체하게 됐다. 다음 등판에 조금 더 좋은 분위기에서 오를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교체의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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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대현은 정규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불펜으로 나왔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3경기에서 4이닝 동안 1패, 평균자책점 4.5를 기록했다. 조 감독은 "써보니 중간계투로는 영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5선발로 기회를 줬다"고 8일 SK전 등판 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그런데 첫 선발에서 정대현은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냉정했다. 기록의 이면에 숨은 정대현의 진짜 실력을 면밀히 살폈다. 동시에 정대현의 어깨 상태에 대한 고려도 했다. "캠프 때부터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무리하면 또 몸이 아플 수 있다. 4이닝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다. 0-0에서 더 이상 마운드에 올리는 건 별로 큰 의미가 없으니 일찍 내리자고 투수코치와 판단했다." 조 감독이 밝힌 정대현 조기 교체의 진짜 이유다.
조 감독은 일단 정대현에게서 희망을 봤다. 앞으로 꾸준히 5선발 기회를 줄 참이다. 정대현이 자리를 잡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조 감독은 "구속은 원래 그 정도인 투수다. 제구력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SK전에서도 점수는 주지 않았지만, 매이닝 선두타자를 내보내는 등 보완점이 있었다. 앞으로 좀 더 큰 투수가 되길 바란다"며 정대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연패의 늪에 빠져 있지만, 조 감독은 뚝심있게 kt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 그게 바로 조 감독의 강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