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엔 이르다. LG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이 우여곡절끝에 지난 8일 한화전에서 시즌 2세이브째를 따냈다. 전날까지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실점. 불안감은 팀전체로 퍼졌고, 모두의 시선은 양상문 LG감독에게로 향했다. 양 감독은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며 변함없이 봉중근에게 뒤를 믿고 맡겼다. 흔들리는 마무리 투수의 기를 살리는 방편 중 하나는 다소 여유있기 리드 상황에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양 감독은 이마저도 봉중근에게 '불신' 메시지를 줄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세이브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봉중근을 불렀다. 8일 경기가 끝난 뒤 봉중근은 양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믿고 맡겨준 지도자에 대한 진정한 고마움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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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때론 '살아있는 생명체'다.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성장잠재력을 보고 기회를 더 줄 수도 있고,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기세도 하루아침에 사그라든다. '7이닝 노히트노런' 임지섭(20)에게 부여한 기회와 봉중근에게 계속 마무리를 맡긴 믿음은 모두 양 감독의 마음에서 나왔지만 근거는 다르다. 임지섭은 확실한 기초(구위)에 섬세함이 부족했지만 봉중근은 사실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봉중근 카드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마무리는 아무나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이고, 잘 던지고 있는 다른 투수를 마무리로 돌렸다가 그 투수의 장점마저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봉중근이 살아나야만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다. 답답하지만 실상은 카드가 하나밖에 없었던 셈이다.
양 감독은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 '뚝심있는 지도자'를 '명장'으로 만드는 이는 선수다. 예전 구위가 하루아침에 돌아오진 않겠지만 배짱은 누구나의 가슴속에 있다. 봉중근은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8일 한화전은 하늘이 실마리를 찾아줬다. 다음 매듭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