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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 구멍?'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이종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4-07 07:34


5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에 앞서 롯데 이종운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05.

"우린 주전 좌익수가 없습니다. 그게 이상한 일인가요?"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전 온갖 비아냥 속에 스프링캠프를 치러야 했다. 지난해 우승 후보로 인정받던 팀이 한순간 꼴지 후보로 전락했다. 여기에 구단은 프로 경험이 없는 이종운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며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을 만들었다. 경남고 감독으로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수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프로 경험이 부족한 이 감독이 풍비박산난 팀을 살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 와중에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전 좌익수 문제였다. 지난 수년 동안 풀지 못한 롯데의 고질. 그나마 김주찬이 있을 때 안정적인 라인업이 가동됐지만 그가 2012 시즌 이후 FA 이적을 선택했다. 이우민 김문호 황동채 등이 기회를 받았는데 잡지 못했다. 심지어는 2011 시즌 홍성흔이 좌익수로 나선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1루수 박종윤이 좌익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하준호 김민하 김대우 고도현 등 신예 선수들까지 투입되며 무려 14명의 선수가 좌익수 자리를 번갈아맞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감독은 한시라도 빨리 주전 좌익수를 정해야 했다. 그런데 이 감독은 "우리는 주전 좌익수가 없습니다"라는 속편한 소리를 했다.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돌려쓰면 된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매우 좋은 얘기다. 좌-우 투수에 맞춰 유리한 타자들을 기용하면 되고, 공격과 수비 중요도가 다른 경기에 맞춤형 선수기용을 하면 된다. 하지만 긴 정규시즌을 치르려면 확실히 주전으로 나서는 선수와 그를 받치는 백업이 있는게 안정적이다.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서다.

롯데의 외야 한자리 구멍은 선발 부족과 함께 2015 시즌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감독의 고정관념을 깬 야구가 롯데를 강하게 하고 있다. 누구 하나 확실한 주전이 아니라는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에 선수들이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했고, 이 과정이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특히, 좌익수 후보로 경쟁했던 김민하 하준호 김대우 이우민 4명의 선수가 1군에서 확실한 자신의 역할을 부여받으며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선수는 많지만, 쓸만한 선수는 없다'라는 냉혹했던 평가를 무색케하는 요즘이다.

롯데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던 아두치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박종윤은 개막전 1경기를 뛰고 다쳤다.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더 무서운 팀이 됐다. 쓸데없이 넘치는 자원들이라던 좌익수 경쟁 요원들이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전혀 못느끼게 해주는 중이다.

김민하와 하준호의 쓰임새가 좋다. 두 사람 모두 외야 전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김민하는 우타자, 하준호는 좌타자다. 아두치가 있을 때는 상대 선발에 따라 두 사람이 플래툰으로 기용된다. 두 사람의 건전한 경쟁이 외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체구는 호리호리하지만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펀치력을 갖고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두치가 돌아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어차피 두 사람이 아직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과 경험이 부족해 마음 편히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

김대우의 활용폭을 정한 것도 좋다. 강력한 좌타 대타 요원이다. 물론, 현재는 박종윤 공백으로 1루수로 나서지만 박종윤이 돌아오면 타격이 필요한 경기 중후반 경기에 투입되면 된다. 1루나 좌익수 자리 어디든 기본 소화가 가능해 효율적이다. 박종윤이 돌아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해 대타로 나서더라도 감을 잃지 않게 하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기는 순간 수비가 필요할 때는 수비의 달인 이우민이 있다. 수비는 두 말 할 필요없고 기동력이 부족한 팀에서 대주자로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이 감독은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결정적인 결승 홈런을 김민하가 때려냈음에도 불구하고 "펀치력에는 큰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손아섭, 아두치 외 주전 외야수 확정은 없다라는 시즌 초 계획을 수정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 감독은 "다들 우리 외야 한 자리를 걱정했다. 하지만 정말 야구가 간절한 선수들이 모여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주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한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고 이를 통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롯데와 KIA 타이거즈의 반란에 전문가들은 분위기 얘기를 꺼낸다. 한국프로야구는 팀 전력보다는 하고자 하는 선수단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결국 동기부여 싸움이다. 보유한 자원들이 얼마나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의 싸움이다. 이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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