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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기지개 최희섭에게 '감사'의 의미는?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4-07 06:06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는 양현종이 시즌 첫 승을 달성하며 KIA가 kt에 5대0으로 승리했다. KIA는 개막 이후 4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kt는 개막 후 5연패에 빠지며 창단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기태 감독과 최희섭.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3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리없이 잊혀지는 듯 했는데, 이제 모두가 최희섭(36)을 이야기 한다. 지난해 말 최희섭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몇몇 팬들에게 최희섭은 '양치기 소년'이었고, 재기를 위한 땀과 눈물은 또다른 거짓말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어도 쉽지 않다. 최희섭은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면서 "김기태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팬, 구단에 빚진 게 많다. 성적으로 보여주고 보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5년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가 개막해 2주째에 접어들었다. 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는 팀이 KIA 타이거즈이고, 가장 뜨거운 선수가 최희섭이다.

6일 현재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 볼넷 6개, 출루율 5할1푼9리.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최희섭이 이 정도까지 해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KIA 코칭스태프는 시즌 전에 최희섭이 거론될 때마다 가정법을 사용했다. '최희섭이 해준다면 중심타선이 강해질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지난해 은퇴를 고민했던 최희섭을 일으켜 세운 김기태 감독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부터 "희섭이가 살아난다면 브렛 필, 나지완, 이범호와 함께 상대가 쉽게 볼 수 없는 타선이 만들어 진다"고 했다. 사실 '희망'에 무게가 실린 바람이었다. 그런 김기태 감독의 구상이 딱 맞
kt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1,3루 KIA 최희섭이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05/
아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부터 시작해 겨울 개인훈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최희섭은 무섭게 야구에 매달렸다. 올시즌 목표를 물어보면 "대타나 대수비 모두 상관없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선의 노력이 늘 최고의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즌 개막 때까지 5개월을 달려온 최희섭은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지금 결과가 조금 좋게 나왔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이기심을 버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최희섭은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정말 대타, 대수비 모두 상관없다"고 했다.

지난 3일 kt 위즈전이 끝나고 최희섭은 "옛날 생각이 나 가슴이 찡했다. 팬을 위해, 팀을 위해 뭔가 했다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희섭은 kt전을 떠올리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타이거즈에 와서도 좋은 활약을 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상과 슬럼프로 제대로 한 게 없다.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날 최희섭은 5번-지명타자로 출전해 2회초 1점 홈런, 8회초 2점 홈런을 터트렸다. 2013년 5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한
2015 KBO리그 kt위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경기전 KIA 최희섭이 김기태 감독에게 타격자세를 지도받고 있다.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04/
후 699일 만의 멀티홈런이었다.


최희섭은 "홈런을 때리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하다보니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우리 팀 분위기 너무 좋아 기분이 좋다. 지금처럼 즐겁게 야구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잘 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했다.

최희섭은 성적이 아닌 신뢰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그는 "돌이켜보면 많은 분들이 내게 홈런 때리고 승리타를 쳐주기를 바란 게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선수단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싶어한 것 같다"고 했다.

KIA가 달라졌다. 최희섭이 달라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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