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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리없이 잊혀지는 듯 했는데, 이제 모두가 최희섭(36)을 이야기 한다. 지난해 말 최희섭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몇몇 팬들에게 최희섭은 '양치기 소년'이었고, 재기를 위한 땀과 눈물은 또다른 거짓말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어도 쉽지 않다. 최희섭은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면서 "김기태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팬, 구단에 빚진 게 많다. 성적으로 보여주고 보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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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부터 시작해 겨울 개인훈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최희섭은 무섭게 야구에 매달렸다. 올시즌 목표를 물어보면 "대타나 대수비 모두 상관없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선의 노력이 늘 최고의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즌 개막 때까지 5개월을 달려온 최희섭은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지금 결과가 조금 좋게 나왔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이기심을 버리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최희섭은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정말 대타, 대수비 모두 상관없다"고 했다.
지난 3일 kt 위즈전이 끝나고 최희섭은 "옛날 생각이 나 가슴이 찡했다. 팬을 위해, 팀을 위해 뭔가 했다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희섭은 kt전을 떠올리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타이거즈에 와서도 좋은 활약을 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상과 슬럼프로 제대로 한 게 없다.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날 최희섭은 5번-지명타자로 출전해 2회초 1점 홈런, 8회초 2점 홈런을 터트렸다. 2013년 5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2개를 기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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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은 "홈런을 때리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다. 하다보니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우리 팀 분위기 너무 좋아 기분이 좋다. 지금처럼 즐겁게 야구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잘 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했다.
최희섭은 성적이 아닌 신뢰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그는 "돌이켜보면 많은 분들이 내게 홈런 때리고 승리타를 쳐주기를 바란 게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선수단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싶어한 것 같다"고 했다.
KIA가 달라졌다. 최희섭이 달라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