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습이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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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과 극'으로 갈린 실력의 편차는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어떤 모습의 유창식을 진짜라고 봐야 할까.
기본적으로 유창식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수다. 150㎞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지고, 슬라이더의 각도 좋은 선발 투수다. 투수를 보는 눈이 확실한 김성근 감독도 선뜻 선발감으로 낙점했을 정도다. 김 감독은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제구력은 좋지 않다. 이건 데뷔 때부터 계속 유창식이 떠안고 있는 문제였다. 수많은 코치들이 매달렸지만,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코치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연습 과정이나 불펜투구에서는 분명 위력적인 공을 제대로 된 위치에 꽂아넣었다. 하지만 실전에 나와서 매번 제구력이 말썽을 부렸다.
이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한가지다. 바로 유창식의 집중력과 자신감에 문제가 있다는 것. 흔히 말하는 '멘탈'의 문제다.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 때로는 지나치게 소심하게 변할 때가 있다. 마운드에서 특히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럴 때 제구력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1일 경기와 5일 경기에서 제구력이 무너졌을 때의 공통점이 있다. 김 감독은 "1일 경기에서 첫 타자 양의지에게 던진 직구가 팽하고 얻어맞아 하필 2루타가 된 순간, 유창식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당시 양의지가 친 공은 1루수 김태균의 글러브에 맞고 외야로 흘러나가 2루타가 됐다. 갑작스러운 2루타에 놀란 유창식은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고, 15구 연속 볼의 참사를 저지른다.
5일 경기에서도 5회까지는 잘 던졌다. 6회에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며 3번 나성범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냈다. 병살타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김태균의 판단 미스로 타자 주자만 아웃. 여기서 유창식은 한 번 더 흔들렸다. 자신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 대해 오히려 압박감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테임즈에게 무딘 슬라이더를 던져 홈런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유창식은 좀 더 강한 마음을 만드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스프링캠프 기간에 유창식은 부상 재활에 집중하느라 많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의 공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 이걸 파악한 김 감독은 1일 두산 전에서 편하게 공을 던지며 투구수를 늘리도록 한 것이다. 유창식이 자기 공에 대한 확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제구력도 한층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면 또 다시 '15구 연속 볼' 사태는 벌어질 수 있다. 결국 모든 건 유창식의 마음에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