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홈런왕 넥센 박병호(29)는 '센티멘탈(감성적인) 맨'이다. 1m85, 107㎏. 무쇠도 부술듯한 몸매와 엄청난 파워의 소유자지만 무척 섬세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병호는 굉장히 부드러운 친구다. 다정다감할 때가 많다. 때로는 병호한테 말을 조심할 때가 있다. 그냥 툭툭 말을 던졌다간 살짝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병호는 개막후 2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다. 지난달 28일 한화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5타수 무안타. 넥센 구단 관계자가 우스갯소리로 "빵 하나 사줄까, 오빵(5타수 무안타) 말이야"라고 농담을 던졌다가 정색하는 박병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쓸데없는 걱정이 박병호 방망이 걱정'이라는 생각에서 말장난을 했었다. 다음날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박병호는 이 관계자에게 "저 이제 팔빵(8타수 무안타)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농담이지만 잊지 않고 있었다는 증거(?). 타자보다 투수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고독하다고 말하지만 정상에 서 있는 타자들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늘 3할을 치는 롯데 손아섭은 항상 "내 타격에 불만이 많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한다.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노력이 오늘날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손아섭을 만들었다.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늘 야구 고민속에 살아간다. 주위에선 "이제 홈런왕도 연거푸 하고 시즌 MVP도 거머쥔 마당에 좀 편하게 야구하라"는 말을 해도 맘을 내려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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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