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울게 뭐 있나. 다들 예상한 결과다. 아예 마음을 비워라.'
하지만 이후 결과는 참혹하다. 최강 삼성 라이온즈를 넘어서지 못했고, 상승세의 KIA 타이거즈는 더욱 힘겨운 상대였다. 특히, 4일 경기는 총체적 난국인 kt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경기 초반부터 실책을 남발했다. 1회에만 3개가 나왔다. 수비 달인이라는 외국인 선수 마르테마저 흔들리고 있다. 신인급 선수들은 더욱 가슴이 떨린다. 공식 실책 4개.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는 더 많았다. 상대 KIA가 무실책 경기를 한 것과 비교된다. 타선은 안타를 9개나 쳤다. 하지만 2점을 뽑는데 그쳤다. 그 중 1점도 9회말 소위 말하는 '가비지 타임'에 나온 득점. 최근 경기 안타가 모두 산발이다. 결국 찬스에서 타선의 집중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KIA전 8회를 돌이켜보자. 선두 김민혁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후 등장한 중심타선 마르테, 김상현의 스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스윙이었다. 터지지 않는 타선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힘을 쓰면 정타가 나오지 않는다. 상대의 변화구 승부에 쉽게 말려든다. 최근 kt 타자들이 찬스 때마다 공통으로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6연패. 슬슬 '신생팀이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올 시점이다. 지더라도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이나, 삼성과의 시즌 1차전처럼 끈질긴 모습으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면 모른다. 하지만 뒤 3경기는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이었다. 냉소적인 시선의 얘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문제는 단순히 이 상황이 전력의 한계때문이냐는 것이다. 물론, 선배팀들에 비해 어린 선수들이 많고 대형 스타급 선수가 없는게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힘도 떨어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패배의식이다. 그리고 자신감이다.
창단 첫 승을 꼭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발목을 천근만근 붙잡는다. 경기 초반 찬스를 잡고도 선취점을 못낸다. '내가 못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 상대와의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또 지겠다'라는 패배의식 역시 마찬가지다. 조범현 감독이 5연패 후 "선수들이 첫 승에 대한 부담을 지웠으면 한다"라고 격려 아닌 격려를 한 이유다.
이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차라리 '우리가 지는게 당연한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그라운드에 서는게 맞다. 냉정히 kt가 올시즌 판도를 바꿀만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마음 편히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타자들은 너무 뒤를 생각하지 말고 초구부터 자신있게 휘둘러보자. '삼진 당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공을 맞히는데 급급하면 오히려 병살타로 더 좋지 않은 상황만 만들 뿐이다. 투수들은 '칠테면 쳐봐라'라는 마음으로 한가운데에 공을 팍팍 꼽아보자. 스트라이크를 못던지는데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너무 안맞으려 도망가다보니 모든 투구 밸런스가 망가질 뿐이다.
선수들이 긴장하고, 얼어있는 모습이 일반팬이 봐도 느껴질 정도다. 더욱 뻔뻔해져야 한다.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덤비자. 화투 놀이를 할 때도, 아무 것도 모르고 막 치는 사람이 고수들을 상대로 딴다는 말이 있지 않나. kt에는 지금 그런 무대포 정신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