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했다고 하시는데 뭘 잘한건지 모르겠다."
하루가 지난 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박세웅은 데뷔전에서 던진 공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그에게도 가장 아쉬웠던 이닝은 4회였다. 3회말에 덕아웃에서 4회초에 어떻게 던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타선이 한바퀴 돌았으니까 다른 패턴으로 던져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됐던 것 같다. 맞을 때까지 같은 패턴으로 던졌어야 했다"라고 했다. 선두 1번 나바로에게 연속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모두 볼이 되며 결국 볼넷을 허용했고, 2번 박한이의 번트로 1사 2루가 된 상황에서 3번 박석민을 상대하면서 꼬였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졌지만 이후 볼 4개가 연속해서 들어가 볼넷. 박세웅은 "그냥 안타를 맞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자는 생각으로 던졌어야 했는데 1루가 비어있다는 생각으로 어렵게 가려다가 오히려 볼넷을 주고 말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4번 최형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최형우에게 던졌던 체인지업이 통타당한 것. "작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최형우 선배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내야 플라이로 아웃시켰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는 박세웅은 "2회 첫 타석에서도 체인지업으로 3루수 플라이로 잡았다. 그래서 4회에도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번엔 안타를 맞았다"라고 했다.
이후 5번 이승엽에게 우측의 안타를 맞았고, 우익수 김사연이 무리하게 다이빙캐치를 하다가 공을 뒤로 빠뜨려 3루타가 됐다. 6번 구자욱에게도 우전안타를 맞아 4점을 실점.
김사연의 아쉬운 플레이에 박세웅은 전혀 게의치 않는 모습. "사연이 형이 미안하다고 하던데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야구를 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5이닝 4실점했는데 다들 잘했다고 하시더라. 뭘 잘한 건지 모르겠다"라는 박세웅은 "그래도 이상하게 화가 안나더라. 보통때 같으면 덕아웃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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