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가 에이스 김광현을 지난달 2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개막전이 아닌 31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 개막전 선발로 내정한 것은 팬들을 위한 조치였다. 게다가 김광현이 그동안 KIA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도 작용했다.
김광현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서클체인지업이다. 엄지와 검지로 'O' 모양을 만들어 옆에 대고 나머지 손가락 3개로 던지는 체인지업이다. 데뷔 이후 간간히 시도했던 구종이지만, 지난 1~2월 전지훈련서 본격적인 연마에 나섰다. 당시 김상진 투수코치는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와야 되는데, 광현이는 정통 오버핸드스로 투구폼이라 그 점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고 했고,김광현도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많이 던지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날 김광현은 11개의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체인지업의 구속은 112~133㎞. 1회에만 4개의 체인지업을 구사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KIA 3번 타자 브렛 필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던진 131㎞짜리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졌다. 앞서 슬라이더와 직구로 카운트를 몰아간 뒤 풀카운트에 몰리기 직전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진 것이다. 시범경기 때보다 한층 날카로워 보였다.
물론 김광현의 주무기는 빠른 공과 묵직한 슬라이더다. 이날도 23명의 타자를 상대로 던진 마지막 공 가운데 직구가 12개, 슬라이더가 8개였다. 체인지업은 2개였고, 커브가 1개였다. 체인지업은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공이다. 직구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상대 타자의 타이밍에 혼란을 주기 위한 구종이다.
김광현은 이날 5⅔이닝 동안 4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 후 김용희 감독은 "광현이가 실점하기는 했지만 좋은 피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즌 첫 등판서 몸상태와 체인지업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등판도 기대를 품을 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