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7억원. 한화 이글스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유창식이 2011년 한화에 입단할 때 받았던 액수. 지금은 메이저리그 A급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조차도 입단 때 그만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창식은 '한화의 미래'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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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이 맡았다. 지난해 한화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73) 역시 유창식을 눈여겨봤다. 분명 유창식은 매력적인 투수 재목임에는 틀림없다. 당당한 체구(1m86, 100㎏)를 지닌 왼손투수. 150㎞ 가까운 빠른 공과 날카로우 슬라이더를 던진다. 과거 SK 시절 김광현을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키워냈던 김 감독은 같은 왼손 정통파인 유창식에게도 흥미를 느꼈다.
캠프에서 집중조련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진 못했다. 지난해 91⅓이닝 투구(데뷔 후 2번째로 많은 이닝이다)의 영향으로 유창식은 팔꿈치가 아팠다. 그래서 고치 스프링캠프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오키나와에서 계속 재활을 하다 선수단이 오키나와로 이동해 온 뒤부터 본격적인 투구 훈련에 들어갔다. 당연히 다른 투수들에 비해 연습 투구량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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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김 감독은 여전히 유창식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시범경기 때 계속 등판시키고, 특히 지난 3월21일 대구 삼성전에 117개의 공을 던지게 한 것도 유창식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절대 투구량이 부족한 만큼 시범경기 실전에서 많이 던지고 맞고, 타자를 이겨보는 연습을 시킨 것이다. '벌투'따위로 폄하해선 안된다.
하지만 여전히 유창식이 갈 길은 멀다. 지난 1일 대전 두산전에 나와 무려 15개의 볼을 던지는 참사를 저질렀다. 제구력이 흔들린 게 아니다. 완전히 붕괴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운드에 있는 유창식의 표정은 백지같았다. 하얗게 질려 도대체 스스로 뭘 해야할 지를 모르는 공황상태. 김 감독은 벤치에서 그런 유창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지켜봤다. 유창식 못지 않게 김 감독의 마음도 참담했을 것이다. 그간의 조련법이 전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
유창식은 분명 쓸모있는 인재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좌완으로서 분명 할 몫이 있다. 그래서 지난 4년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 역시 유창식이 분명 팀 마운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제구력과 정신력이 모조리 해체되어 버린 유창식을 마냥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으로 다시 하든지, 혹은 그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새로운 지도방법을 찾든지. 더 늦기 전에 명쾌한 결론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