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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윤석민의 낯선 도전 "후회는 하지 않겠다"[오키나와 핫피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3-02 12:41


"아직도 유격수의 몸이 아닌 것 같아요. 잘하지 못할 때 슬프죠."

넥센 히어로즈의 이번 스프링캠프 과제 중 하나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떠난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공격이야 나눠서 맡는다 치지만, 수비는 다르다. 게다가 수비능력이 중요한 유격수 포지션. 야구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유격수를 보지 않았던 한 선수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넥센 내야수 윤석민(30)의 얘기다.


넥센 히어로즈가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 전지훈련을 펼쳤다. 염경엽 감독이 윤석민의 유격수 수비를 지켜보며 조언을 해주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1.27
윤석민은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비훈련을 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중인 2차 전훈에서는 실전 모드로 들어갔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훈련과는 다른 연습경기 타구에 애를 먹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윤석민은 "안 됐을 때 미련이 남지 않게, 후회 없이 하려고 한다"며 자신의 유격수 도전을 정리했다. 유격수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처음에 유격수 얘기를 꺼내셨을 때, '왜 나를 유격수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좌우 수비폭이 넓지 않은 1,3루와 유격수는 완전히 다른 포지션이다. 1루와 3루만 전문으로 본 선수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좌우 풋워크는 물론, 외야 중계플레이나 2루 커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더 많다.

윤석민은 "부담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본인도 자신의 좌우 수비폭이 넓지 않음을 알고 있다. 연습경기 때 타구 처리를 완전히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책할 때도 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23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훈련이 열렸다. 넥센 윤석민이 수비 훈련 도중 볼을 놓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23.
그는 "아직 유격수의 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몸매가 전체적으로 '슬림'해진 건 분명했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 위한 노력,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

윤석민은 "잘 하고 싶은데, 잘 못해서 슬프다"며 아쉬워했다. 아쉬운 타구도 있었다. 지난 2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 나온 자신의 좌측으로 향하는 빠른 타구. 윤석민은 몸을 날려 잡으려 했으나, 공은 글러브를 맞고 튀어나갔다. 생각만큼 빠른 대처가 되지 않는 몸이 야속할 때가 있다.


그는 "그걸 잡았으면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 됐을텐데…"라고 했다. 자꾸만 놓치는 타구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걸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유격수 도전을 시작하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윤석민은 "처음 캠프를 시작했을 땐, 유격수 자세도 잡혀있지 않았다. 그런데 하다 보니, 지금은 주변에서 자세는 잡혔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그의 유격수 도전은 아직 '진행형'이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낯선 포지션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자체가 '만년 유망주'인 그를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오키나와=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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