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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은범, 첫 실전등판 호투의 두 가지 의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2-11 12:00


한화 이글스가 17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선수들이 런닝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58명, 총 81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7/

베일을 벗는데 걸린 시간은 길었다. 그래도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진 않은 듯 하다.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은사와 재회한 송은범이 믿음직한 구위를 뿜어내며 2015시즌 전망을 밝혔다.

송은범은 10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열린 팀의 자체 홍백전에 처음으로 등판했다. 지난 1월15일에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 첫 실전 피칭이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캠프 도착 다음날인 16일에 불펜 피칭을 전력으로 소화했던 송은범은 다음날인 17일 러닝 과정에서 허벅지와 종아리 쪽에 근육통이 생겼다. 어찌보면 평범한 통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 감독은 송은범이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불펜 투구 후 러닝과정에서 무릎 통증이 생긴 배영수와 함께 통증이 나타났던 다음날 즉각 오키나와 재활캠프로 보내버렸다.

당시 송은범의 표정을 기억한다. 마침 스프링캠프 취재 차 고치에 들어가있던 때. 송은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오키나와로)가라고 하시는데? 진짜 가야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지?"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말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한번 정한 일은 끝까지 실천에 옮긴다. 결국 송은범은 배영수와 함께 오키나와로 떠났다.

그렇게 떠난 송은범이 다시 고치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12일. 1월29일에 박정진, 이태양과 함께 고치캠프에 복귀했다. 기온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12일동안 충분히 워밍업을 마친 뒤였다. 송은범이 공을 던질 준비가 됐다는 보고를 들은 김 감독은 즉각 그를 고치로 소환했다.

고치에 와서 김 감독의 세심한 지도아래 투구폼을 처음부터 재조정한 송은범은 또 12일 만에 연습경기에서 실전 피칭을 했다. 10일 자체홍백전에 등판해 3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을 기록했다. 9명의 타자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외야로 나간 공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힘 자체로 타자들을 눌렀다는 뜻이다. 2개의 안타도 모두 내야 깊숙히 파고든 땅볼 안타. 타구의 궤적 자체가 아래로 형성됐다는 건 송은범의 구위와 떨어지는 변화구가 싱싱하게 살아났다는 증거다. 한화 구단 자체적으로는 최고구속을 140㎞대 중반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송은범의 첫 실전피칭 호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송은범 개인으로서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송은범은 2013시즌 초반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KIA에 몸담은 2년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겨우 5승(15패)밖에 못올렸다. 평균자책점은 7점대였다. 그러나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FA자격을 얻은 뒤 옛 은사가 부임한 한화행을 택했다. KIA가 송은범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송은범은 KIA에서 떠날 마음을 굳힌 상태. 그런 타이밍에 김성근 감독이 부르자 냉큼 달려왔다. 스스로도 자신의 침체기를 깨트릴 수 있는 인물이 김 감독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한화로서도 송은범의 이같은 부활 조짐은 큰 호재다. 송은범은 FA로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와 함께 올해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맡아줘야 하는 인물이다. 몸상태만 좋다면 140㎞ 후반에서 150㎞까지의 강력한 구속을 뿜어낼 수 있다. 이런 투수가 선발의 한 축을 맡아주면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두려울 게 없다. 그래서 김 감독 역시 송은범을 다시 SK 시절로 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송은범의 첫 실전등판 결과는 그런 노력이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남은 캠프기간에 송은범은 더 꾸준히, 그리고 더 강력한 공을 던져야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투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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