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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벗는데 걸린 시간은 길었다. 그래도 기다림의 시간이 헛되진 않은 듯 하다.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은사와 재회한 송은범이 믿음직한 구위를 뿜어내며 2015시즌 전망을 밝혔다.
그렇게 떠난 송은범이 다시 고치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12일. 1월29일에 박정진, 이태양과 함께 고치캠프에 복귀했다. 기온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12일동안 충분히 워밍업을 마친 뒤였다. 송은범이 공을 던질 준비가 됐다는 보고를 들은 김 감독은 즉각 그를 고치로 소환했다.
고치에 와서 김 감독의 세심한 지도아래 투구폼을 처음부터 재조정한 송은범은 또 12일 만에 연습경기에서 실전 피칭을 했다. 10일 자체홍백전에 등판해 3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을 기록했다. 9명의 타자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외야로 나간 공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힘 자체로 타자들을 눌렀다는 뜻이다. 2개의 안타도 모두 내야 깊숙히 파고든 땅볼 안타. 타구의 궤적 자체가 아래로 형성됐다는 건 송은범의 구위와 떨어지는 변화구가 싱싱하게 살아났다는 증거다. 한화 구단 자체적으로는 최고구속을 140㎞대 중반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송은범의 첫 실전피칭 호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송은범 개인으로서는 명예회복의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송은범은 2013시즌 초반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KIA에 몸담은 2년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겨우 5승(15패)밖에 못올렸다. 평균자책점은 7점대였다. 그러나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FA자격을 얻은 뒤 옛 은사가 부임한 한화행을 택했다. KIA가 송은범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송은범은 KIA에서 떠날 마음을 굳힌 상태. 그런 타이밍에 김성근 감독이 부르자 냉큼 달려왔다. 스스로도 자신의 침체기를 깨트릴 수 있는 인물이 김 감독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한화로서도 송은범의 이같은 부활 조짐은 큰 호재다. 송은범은 FA로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와 함께 올해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맡아줘야 하는 인물이다. 몸상태만 좋다면 140㎞ 후반에서 150㎞까지의 강력한 구속을 뿜어낼 수 있다. 이런 투수가 선발의 한 축을 맡아주면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두려울 게 없다. 그래서 김 감독 역시 송은범을 다시 SK 시절로 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송은범의 첫 실전등판 결과는 그런 노력이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남은 캠프기간에 송은범은 더 꾸준히, 그리고 더 강력한 공을 던져야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투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